[기자수첩]SK E&S의 무책임한 정정공시 - 김미정 시장부 기자

입력 2013-07-04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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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것이 최고다(Simple is the best)’, ‘위대는 평범이외다’. 화려한 수식과 기교는 본질을 호도하기 마련이다. 이런 꾸밈들을 걷어낼 때 본질에 더욱 가까워 질 수 있다.

예술적인 이야기를 하자는 게 아니다. 단순의 미학은 기업 공시제도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공시는 투자정보 차원을 넘어 기업의 종합 활동 보고서다. 기업의 내부정보에 목말라 있는 투자자들에게 정보의 비밀창고 같은 존재다. 투자자들은 공시를 통해 기업의 흐름을 읽고 시장의 맥을 짚는다.

하지만 기업들의 입장은 조금 다른 모양이다. 기업들의 뒷북 정정공시가 어제 오늘일도 아니다. 그러나 사회적 모범이 돼야 할 대기업의 정정공시를 볼 때면 여전히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다.

지난 2일 SK그룹 계열 에너지기업 SK E&S는 공시를 통해 코오롱글로벌로부터 자회사 김천에너지의 지분 30%를 추가 취득하기로 이사회 결의를 마쳤다고 밝혔다. 김천에너지는 지난 2009년 SK E&S와 코오롱글로벌이 자본금 700억원을 투자해 만든 열병합발전소 운영업체다. 각각 지분 50%를 가지고 있다.

공시 후 상황은 달라졌다. 합작투자사인 코오롱글로벌은 “상호 협의된 바 없는 SK E&S의 일방적인 공시”라며 “이같은 협의가 있었다면 코오롱글로벌 측에서도 같은 내용의 공시를 냈을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SK E&S측은 반나절만에 정정공시를 냈다. ‘이사회 의결일로부터 7일내에 모든 열수요처와 열수급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면 본 의결의 효력은 상실된다’는 이사회 의결 문구를 추가했다. 사실상 코오롱글로벌의 30% 추가 지분 취득 결정이 내부 사정으로 연기됐음을 알린 셈이다.

SK E&S 측은 “이사회 의결 당시(지난달 25일) 존재했던 문구가 빠져 정정공시를 냈을 뿐 양 사간에 어떤 마찰이나 갈등도 없다”고 재차 설명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로 인해 투자자들이 겪었을 혼란이다.

SK E&S 측의 말대로 김천에너지 지분을 두고 양사간에 어떤 갈등도 없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사실이 그러하다면 과연 투자자들에게 이같은 혼란을 줄 필요가 있었는지 반문하고 싶다. 공시 전담 인력이 부족한 소규모 상장사가 아닌 국내 굴지의 대기업 계열사가 말이다. 회계와 자금조달도 좋은 기업일수록 단순하다. 공시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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