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자 시국선언 전문 “이명박 법정 세워라”

입력 2013-07-04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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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자 시국선언이 발표됐다.

한국역사연구회를 중심으로 한 전국의 역사학자 233명은 4일 서울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국민에게 드리는 격문(檄文)’을 발표하고 “모든 불법과 정치공작의 근원에는 권력을 사유화해 정략적으로 이용한 전 대통령 이명박이 있는 만큼, 그를 원세훈과 함께 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극히 제한된 검찰 수사만으로도 이명박 정권 내내 국정원이 정치공작에 몰두했음이 드러났다”며 “이는 3・15부정선거에 버금가는 범죄이며, 군사독재 시절의 중앙정보부・안기부가 공화당・민정당과 함께 민주주의를 유린하던 상황을 방불케 한다”고 비판했다.

또 “야당과 시민사회의 분노가 치솟자 새누리당은 국정원의 범죄와 전혀 무관한 남북정상회담의 내용을 왜곡해 수구언론과 함께 진실을 덮고 여론을 호도하려고 획책했다”며 지적하며 “우리는 다수 국민과 외신들도 이해하는 순한글 문서인 남북정상대화록의 문맥조차 제대로 독해하지 못한 채 정략과 선동의 소재로 활용한 무지와 무모함에 아연실색했다”고 덧붙였다.

역사학자들은 “역사학자들은 국민의 일원으로 저들의 책임을 묻고, 모든 실상을 역사에 분명히 기록하고자 한다”며 “역사의 교훈을 외면하는 사회에 밝은 미래는 없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역사학자 시국선언 전문이다.

<전국의 역사학자들이 국민께 드리는 글>

국민주권 유린, 국기문란 범죄에 온 국민이 나서서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국민주권을 유린하고 민주국가의 법질서를 무너뜨린 불법 행위를 덮으려는 집권세력의 선동으로 상식적 판단과 이성적 사고가 실종된 듯한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우리 역사학자들은 오랜 기간 많은 국민의 힘든 노력과 숭고한 희생으로 이룩한 민주주의가 훼손되고, 집권세력의 연이은 불법 행위로 대한민국이 정상(正常) 궤도를 벗어난 현실을 목격합니다. 그러나 수구언론은 이들과 공조하여 진실을 덮고 여론을 호도하는데 몰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현실에 분노하면서 국민께 실상을 다시 알리고 민주공화국을 정상화하기 위한 몇 가지 요구를 밝히고자 합니다.

극히 제한된 검찰 수사만으로도, 이명박 정권 내내 국정원이 정치공작에 몰두했음이 드러났습니다. 선거 때는 물론 등록금 문제 등 사회적 현안마다 여론 조작을 일삼았고, 공작을 통해 정치적 경쟁자의 무력화를 기도했으며, 급기야 대통령 선거에까지 깊이 개입하여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했습니다. 심지어 국가 최고 비밀인 ‘남북정상대화록’까지 왜곡 편집해 새누리당과 함께 선거운동에 활용했습니다. 이는 3・15부정선거에 버금가는 범죄이며, 군사독재 시절의 중앙정보부・안기부가 공화당・민정당과 함께 민주주의를 유린하던 상황을 방불케 합니다.

또 야당과 시민사회의 분노가 치솟자 새누리당은 국정원의 범죄와 전혀 무관한 남북정상회담의 내용을 왜곡하여 수구언론과 함께 진실을 덮고 여론을 호도하려고 획책하였습니다. 새누리당과 국정원은 왜곡 편집된 ‘2007년 남북정상대화록’ 발췌본을 짜맞춘 듯이 유포하더니, 곧 그 전문까지 공개해버렸습니다. 세계 정보기관 역사상 최초로 최고급 국가기밀을 스스로 유포하는 사실상의 ‘반국가 행위’를 자행하였습니다. 정상(正常) 국가에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행위를 집권당과 국정원이 서슴없이 저지른 것입니다.

지금 한반도 주변은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국가들이 둘러싸고 있는 복잡하고 미묘한 상황입니다. 그리고 북한은 갈등하면서도 평화를 유지하고 궁극적으로 통일을 위해 대화할 상대입니다. 그런데도 국제외교의 기본 규범조차 무시하고 남북정상대화록 전문까지 이렇게 공개해버린 터에, 앞으로 주변국 정상들과 어떻게 깊이 있게 교섭하고 협상할 것이며, 특히 북한과 어떻게 대화할 수 있겠습니까? 일반 국민들도 납득하기 어려운 일을 국정을 책임진 자들이 자행하는 현실에 우리는 경악합니다. 게다가 우리는 다수 국민과 외신들도 이해하는 순한글 문서인 남북정상대화록의 문맥조차 제대로 독해하지 못한 채 정략과 선동의 소재로 활용한 무지와 무모함에 아연실색했습니다.

조선시대에 사관(史官)이 작성한 사초(史草)는 그 누구도 보지 못했고, 내용을 발설하거나 변조하면 엄벌했습니다. 조선 세종은 태종실록을 열람하려다가 끝내 그만두었습니다. 군주는 자신의 언행이 기록됨을 의식하여 행실을 삼가하고, 사실을 기록하는 자가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야 올바른 역사기록이 남긴다는 원칙 때문입니다. 세종의 처신은 이후 국왕이 실록을 보지 못하는 조선의 전통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물론 연산군처럼 사초를 농단하여 무오사화・갑자사화를 잇달아 일으키고 비행을 일삼다가 권좌에서 쫓겨나 역설적 교훈이 된 경우도 있기는 합니다.

현행 대통령기록물에 관한 법에는 이런 역사적 전통과 지혜, 그리고 교훈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전임자가 남긴 여러 문서를 국정 운영에 참고할 수 있도록 하되, 정략적 이용의 여지를 없애기 위해 문서를 분류하여 공개기간과 공개조건을 엄격하게 법으로 정해 놓았습니다. 그러나 이런 모든 노력을 송두리째 허사로 돌리는 불법 행위가 자행되고 말았습니다. 더구나 그것이 국민주권을 유린한 범죄를 덮고 여론을 호도할 목적으로 집권세력에 의해 자행된 것에 경악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남북정상대화록은 대통령기록물이며 국정원이 마음대로 공개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국정원법・선거법을 어기며 정치 공작에 몰두한 것, 최고급 국가기밀을 왜곡 편집하여 새누리당에 제공한 것 모두가 중대한 범죄입니다. 새누리당이 왜곡된 자료를 선거에 활용하여 국민을 선동한 행위는 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더구나 그들은 1차 범죄에 대한 비판 여론을 모면하기 위하여 국가적 불이익이 예상됨에도 전문을 공개해버리는 반국가적 2차 범죄까지 저질렀습니다. 여기에 수구언론은 앞장서서 진실을 왜곡하며 여론을 호도하는데 열중했습니다. 7월 2일 국회에서 대화록 원문 열람・공개를 표결한 것도 법정신을 훼손하는 부당한 행위입니다. 정치권은 더 이상 엉뚱한 일을 벌이지 말고 국기문란의 실체를 밝히는데 힘써야 합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이런 일련의 행태에 분노할 것입니다. 우리 역사학자들은 국민의 일원으로 저들의 책임을 묻고, 모든 실상을 역사에 분명히 기록하고자 합니다.

국민을 ‘어리석은 무리’로 간주하고 벌이는 집권세력과 수구언론의 거짓 선동이 빚어낼 결과는 참담할 것입니다. 우리는 역사 속에서 이런 사례를 수없이 보아왔고, 이명박 정권기에 직접 체험하기도 했습니다. 역사의 교훈을 외면하는 사회에 밝은 미래는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 역사학자들은 심각하게 우려스런 지금의 현실을 국민께 바로 알리고, 집권세력의 불법 행위에 국민의 일원으로 책임을 묻는 한편, 민주공화국의 법질서를 바로 세워 이런 일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 검찰은 국정원의 불법 행위를 철저히 재수사하여 국정원・경찰・새누리당의 불법 행위 관련자 모두를 엄벌해야 한다.

◦ 새누리당은 저급한 궤변으로 혹세무민하는 선동을 즉각 멈추고, 막 시작된 국정조사를 방해하려 들지 말고 석고대죄하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 국가 기관에 의한 국기문란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국회는 법적・제도적 개혁 및 보완책을 마련하여 민주공화국이 정상 운영되도록 해야 한다.

◦ 이 모든 불법과 정치공작의 근원에는 권력을 사유화해 정략적으로 이용한 전 대통령 이명박이 있는 만큼, 그를 원세훈과 함께 법정에 세워야 한다.

◦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원 정치공작과 주권 교란에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 조치가 미흡하면 각종 불법 행위의 암묵적 수혜자로만 남아 정통성에 타격을 입고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을 지게 될 것이다.

◦ 진실을 가리고 왜곡에 열중하는 수구언론은 국민과 역사를 두려워해야 한다.

2013년 7월 4일

[서명 역사학자 명단](가나다순)

강성호(순천대 교수), 강은영(전남대 강사), 강종훈(대구가톨릭대 교수), 강진원(서울대 강사). 고영진(광주대 교수), 고은미(고려대 강사), 곽차섭(부산대 교수), 구도영(한밭대 강사), 구완회(세명대 교수), 권내현(고려대 교수), 권오중(영남대 명예교수), 권형진(건국대 교수), 기경량(서울대 강사), 김남섭(서울과학기술대 교수), 김동원(부산대 강사), 김동진(한국교원대 강사), 김명진(경북대 강사), 김민철(경희대 강사), 김백철(국민대 강사), 김병인(전남대 교수), 김보영(한양대 강사), 김상기(충남대 교수), 김선숙(영동대 강사), 김성보(연세대 교수), 김성우(대구한의대 교수), 김수민(동국대 전임연구원), 김수한(동아대 강사), 김승은(서일대 강사), 김승태(세계선교신학대 강사), 김영범(대구대 교수), 김영환(남서울대 교수), 김원중(서울대 강사), 김유경(경북대 교수), 김윤정(숙명여대 강사), 김은혜(서울대 강사), 김의환(충북대 교수), 김익한(명지대 교수), 김인선(부산대 강사), 김정신(덕성여대 강사), 김정인(춘천교대 교수), 김지영(숙명여대 강사), 김지형(서원대 교수), 김창록(경북대 교수), 김창석(강원대 교수), 김한종(한국교원대 교수), 김헌주(인덕대 강사), 김현숙(서울교대 강사), 김홍길(강릉원주대 교수), 김희곤(안동대 교수), 김희교(광운대 교수), 김희선(서울시립대 강사), 나영남(한국외대 강사), 나희라(경남과학기술대 교수), 남근우(동국대 교수), 남기학(한림대 교수), 남동신(서울대 교수), 남지대(서원대 교수), 노영기(조선대 강사), 노중국(계명대 교수), 도면회(대전대 교수), 도현철(연세대 교수), 라정숙(숙명여대 강사), 류대영(한동대 교수), 류영철(영남대 강사), 류한수(상명대 교수), 민유기(경희대 교수), 민정희(충남역사문화연구원 박물관운영팀장), 박경수(강릉원주대 교수), 박광명(동국대학교 연구원), 박기수(성균관대 교수), 박맹수(원광대 교수), 박상익(우석대 교수), 박수현(한성대 강사), 박용희(동국대 교수), 박윤선(대진대 교수), 박윤재(경희대 교수), 박은숙(고려대 강사), 박종진(숙명여대 교수), 박진태(대진대 교수), 박찬승(한양대 교수), 박철하(수원대 강사), 배혜정(부산대 강사), 백승섬(성신여대 강사), 백승철(연세대 연구교수), 서정민(일본 메이지학원대학 객원교수), 설혜심(연세대 교수), 성백용(한남대 교수), 소현숙(한양대 강의교수), 손동유(명지대 연구교수), 손병규(성균관대 교수), 송규범(서원대 교수), 신동하(동덕여대 교수), 신용욱(동국대 연구교수), 신주백(연세대 HK연구교수), 심재우(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심재훈(단국대 교수), 안병우(한신대 교수), 안희돈(강원대 교수), 양정심(고려대 연구교수), 양희영(서울여대 교수), 여호규(한국외대 교수), 염정섭(한림대 교수), 오성철(서울교육대 교수), 오수창(서울대 교수), 오승은(한양대 강사), 오인택(부산교대 교수), 오제연(서울대 강사), 오종록(성신여대 교수), 오항녕(전주대 교수), 우인수(경북대 교수), 위은숙(영남대 강사), 유현재(한림대 강사), 윤경진(경상대 교수), 윤대원(서울대 규장각HK교수), 윤선태(동국대 교수), 윤성재(숙명여대 강사), 윤인숙(아주대 강사), 윤재석(경북대 교수), 윤재운(대구대 교수), 윤진(충북대 교수), 윤진석(계명대 강사), 이강래(전남대 교수), 이강한(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이경구(한림대학교 한림과학원 교수), 이경록(성균관대 강사), 이규철(가톨릭대 강사), 이근명(한국외대 교수), 이근호(한국체대 강사), 이기훈(목포대 교수), 이대화(중앙대 강사), 이상국(아주대 교수), 이상의(인천대 초빙교수), 이선아(역사학연구소 연구원), 이성재(충북대 교수), 이세영(한신대 교수), 이승일(한국외대 강사), 이시연(서울대 강사), 이영석(광주대 교수), 이용기(한국교원대 교수), 이용창(중앙대 강사), 이용창(한성대 강사), 이욱(순천대 교수), 이원명(서울여대 교수), 이윤화(안동대 교수), 이은자(부산대 교수), 이익주(서울시립대 교수), 이정빈(경희대 강사), 이정선(서울대 강사), 이정신(한남대 교수), 이준성(연세대 강사), 이준식(연세대 연구원), 이진구(서울대 강사), 이한상(대전대 교수), 이현태(경희대 연구원), 이혜령(한국방송통신대 교수), 이호룡(덕성여대 강사), 임경석(성균관대 교수), 임상범(성신여대 교수), 임상훈(전북대 강사), 임성모(연세대 교수), 임세권(안동대 교수), 임재해(안동대 교수), 임학성(인하대 교수), 장규식(중앙대 교수), 장동표(부산대 교수), 장미현(역사문제연구소 연구원), 장수한(침례신학대 교수), 전경숙(숙명여대 강사), 전덕재(단국대 교수), 전명혁(동국대 연구교수), 정두영(안동대 강사), 정병욱(고려대 교수), 정연식(서울여대 교수), 정연태(가톨릭대 교수), 정영주(부산대 강사), 정요근(덕성여대 교수), 정용서(연세대 연구교수), 정일영(남서울대 강사), 정재윤(공주대 교수), 정재환(성균관대 강사), 정진영(안동대 교수), 정태헌(고려대 교수), 정학수(숙명여대 연구교수), 정호섭(한성대 교수), 조경철(연세대 강사), 조재곤(동국대 연구교수), 주명철(한국교원대 교수), 주진오(상명대 교수), 채웅석(가톨릭대 교수), 차철욱(부산대 교수), 최갑수(서울대 교수), 최연식(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최연주(동의대 교수), 최윤정(경북대 강사), 최재성(성균관대 초빙교수), 최종길(동의대 학술연구교수), 하세봉(한국해양대 교수), 하원수(성균관대 교수), 하일식(연세대 교수), 한규무(광주대 교수), 한금순(제주대 강사), 한명기(명지대 교수), 한모니까(가톨릭대 강사), 한상구(역사문제연구소 운영위원), 한상권(덕성여대 교수), 한영화(성균관대 동아시아역사연구소), 한정숙(서울대 교수), 한정훈(부산대 강사), 한철호(동국대 교수), 허인욱(고려대 강사), 허종(충남대 교수), 홍동현(우송대 강사), 홍순민(명지대 교수), 홍영기(순천대 교수), 황동하(한국교원대 강사), 황민호(숭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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