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정당 연구소 후원금 모집의 전제조건-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입력 2013-07-10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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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정당 연구소에 후원금 모집을 가능케 하는 법안을 발의하면서 여러 가지 말들이 쏟아지고 있다. 대충 그런 주장들은 정당 연구소에 후원금 모집을 가능하게 하면 그 돈이 다 선거 자금으로 쓰일 거라는 비판들이다. 한마디로 정당 후원금을 걷기 위한 우회 꼼수 전략이라는 말이다. 물론 그런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만일 그게 무서워 정당 연구소 후원금 모금을 원천 봉쇄한다면 우리나라의 정당 발전은 기대하기 힘들지 모른다.

유럽의 정당들은 우리나라의 정당과는 매우 다른 활동과 기능을 담당한다. 독일 정당들을 봐도 그렇다. 독일의 정당들은 각기 재단을 갖고 있는데 독일의 집권 여당인 기독교 민주연합(CDU)은 아데나워 재단을 가지고 있고 사회민주당(SPD)은 에버트 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정당들은 재단을 통해 다양한 활동을 한다. 그중 가장 대표적 사업이 저개발 국가 학생들에게 독일로의 유학 기회를 제공하는 일이다. 과거 우리나라도 이런 혜택을 받는 국가 중의 하나였다. 그래서 독일 유학을 경험했던 대학 교수들 중 상당수는 바로 이런 정당 장학금을 받은 경험이 있다. 독일 정당들의 활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독일 국내 대학생들에게도 생활비로 쓰이는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독일 정당들이 때로는 정부의 개발지원의 역할을 대신하기도 하고 또 사회 기구적 기능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우리의 정치 현실과 독일의 정치 현실은 다르기 때문에 곧바로 우리 정당들이 이렇게 되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만일 우리나라 정당들이 대학생들에게 장학금이라도 지급하려 하면 특정 정당 장학생이라는 말이 나오거나 학생들을 정치에 오염시키려 한다는 비판이 봇물을 이룰 거라는 예상은 충분히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우리의 정당을 지금 수준에 머물게 해서는 안된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선에서 새로운 시도는 필요하다는 것인데, 그증 하나로 동남아나 아프리카 지역의 저개발 국가들을 간접 원조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지금처럼 정당 소속 연구소가 선거 때 단순히 여론조사나 하는 수준을 벗어나 정당의 명실상부한 싱크탱크로서의 기능을 담당하도록 변화시켜야 한다. 그렇게 되면 선거 때마다 철새처럼 이 정당, 저 정당 돌아다니면서 정책을 “세일즈”하는 폴리페서들의 역할도 줄어들 것이고 그렇게 되면 선거 이후의 논공행상 논란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정당 연구소들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론적으로는 정당 연구소가 후원금을 모집하게 하는 것은 정당의 체제를 바꾸고 정당 연구소의 체질을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기회를 살리기 위해서는 각 정당들이 지금 제기되고 있는 비판들을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이런 비판들이 그냥 나온 비판은 아니기 때문이다.

각 정당들은 만일 정당 연구소를 위한 후원금이나 기부금을 받으려면 그 수입과 지출의 투명성을 분명히 담보해야 한다. 그래야만 의심의 눈초리를 벗어날 수 있을 뿐 아니라 돈을 본래의 취지에 맞게 사용할 수 있다. 비판하는 측도 일단 정당들에게 기회를 줄 필요가 있음은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만 나중에 비판에 있어 공감대를 형성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우리나라 정치판의 체질을 바꿀 수 있는 기회도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더 이상 양치기 소년이 돼서는 안된다. 만일 이번에도 또다시 돈과 관련된 문제로 잡음을 일으킨다면 영영 그들은 사회의 지탄의 대상이 될 것이다. 기회는 스스로 만들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항상 그럴 수 있는 것은 아님을 정치권은 명심해야 한다.

김희진 기자 hee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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