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노년층의 사각지대로 여겨지던 예능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 ‘꽃보다 할배’가 첫 회 전국 기준 4.15%(닐슨코리아)의 시청률을 기록, 케이블방송에 이변을 일으켰다. 장노년층 연예인들의 설자리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방송가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젊은이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예능 프로그램에서 60대 이상의 장노년층이 빛을 바라기 시작한 것이다. 60~70대 장노년층 연예인들이 예능의 코드가 되고 주요 출연진으로 속속 등장하고 있다. 장노년층 연예인의 예능이 태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게스트나 멤버로 출연해 예능 프로그램의 웃음 스펙트럼을 확장시키고 있다.
이들이 시청자들에게 환영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장노년층 스타들은 어떤 모습으로 젊은층과 공감대를 형성해 나갈까.
장노년층 스타들은 시트콤을 비롯해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다양한 웃음 코드로 재미를 선사한다. 이순재는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뒤늦게 야동을 접한 ‘야동 순재’로 인기를 끌었다. 이어 ‘지붕뚫고 하이킥’에서는 시도 때도 없이 방귀를 뀌는 코믹한 연기로 큰 웃음을 줬다. 신구의 “니들이 게맛을 알아?”라는 코믹한 광고 카피는 최대 유행어로 등극하기도 했다. 변희봉은 MBC ‘일밤-진짜 사나이’에서 내레이션을 맡아 깊고 힘 있는 목소리로 군대문화를 맛깔스럽게 표현해냈다. 선우용녀는 MBC ‘세바퀴’에서 패널로 오랜 기간 활동하며 거침없는 직설적 화법으로 입담을 자랑하는가 하면, 각종 분장과 성대모사도 마다하지 않고 적재적소에 연출해내며 예능감을 뽐냈다. 전원주는 호탕한 웃음소리만 들어도 누군지 알아볼 만큼 밝고 쾌활한 이미지로 예능 프로그램을 종횡무진해 왔다. SBS ‘스타부부쇼 자기야’ ‘좋은아침’, KBS ‘비타민’ ‘여유만만’ ‘세바퀴’ 등 수많은 프로그램에 패널로 등장해 화려한 입담을 과시했고 지난해 종영한 시트콤 KBS ‘선녀가 필요해’에서는 대왕모로 등장해 범상치 않은 스타일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시대가 바뀌면서 권위적이던 어른들의 모습도 달라졌다. 수직적 관계가 아니라 수평적 관계로 서로를 바라볼 수 있다는 것에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고 소통이 이뤄진다”며 “삶의 진중한 이야기는 토론장에서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분들은 지나가는 이야기를 툭툭 던져도 무게가 묻어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꽃보다 할배’에 대해 “노년층을 데려다가 옛날 방식으로 예능을 풀어나갔다면 호응이 없었을 것이다. 젊은이들이 좋아할 새로운 방식으로 끌어와서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할배라는 소재로 텔링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나영석 PD의 세심한 손길이 느껴진다. 할배들을 다루면서 이서진을 껴넣는 수를 봐도 알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