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와 10대 살인범은 무관할까?[ 이꽃들의 36.5℃]

입력 2013-07-16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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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연합뉴스)

우연한 괴물의 탄생은 없다. 경기 용인의 한 모텔에서 지난 8일 한 여자 아이가 처참하게 살해됐다. 19세 심모군은 모텔에서 여자 친구(17세)를 성폭행 한 뒤 목 졸라 살해했다. 여자 친구를 살해한 뒤 주검을 16시간동안 난자하는 충격의 범죄를 저질렀다. 살해 과정을 친구에게 문자로 보내는 경악할 행태까지 보였다. 그리고 그는 집으로 돌아와 페이스북에 글도 올렸다. 언론을 통해 사건이 알려지자, 사람들은 그를 ‘괴물’ 이라고 소리쳤다. ‘엽기적인 살인범’이라고 몸서리쳤다. 신문 방송 인터넷 등 매스미디어 역시 ‘10대 오원춘’ 명명하고 흉포한 괴물로 치부했다.

괴물이라 비난하는 것은 어쩌면 가장 쉬운 방법일지 모른다. 우리의 불안을 잠식시키고 책임을 면하는 가장 편리한 태도이기 때문이다.

한 10대 소년을 살인 그것도 충격적인 살인범으로 만든 것은 심군 개인적인 부분이 가장 크지만 우리사회의 병폐나 미디어의 문제점도 한 몫 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심군은 경찰에서 기자들에게 주검을 훼손하는 방법은 인터넷과 유튜브 같은 곳에서 배웠고 옛날부터 잔인한 영화를 많이 봤다고 말했다. 심군의 말에는 미디어가 전 국민을 충격 속으로 몰고 간 흉포한 살인행위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보여준다.

영화, 인터넷,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등 미디어 텍스트는 사람들의 사고, 행동, 가치관에서부터 일상생활에까지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디어 텍스트는 사람들의 인식의 근간이 되고 현실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지배하고 사회화의 대리자(Socialization Agen) 역할까지 하고 있다. 가치관 정립이 완전하게 되지 않은 청소년들에게 미디어의 영향은 더 크게 나타난다. 폭력성과 선정성, 자극성이 내장된 자극적인 미디어 텍스트는 심군처럼 많은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끼친다.

우리의 미디어의 풍경은 어떤가. 자신의 야망을 위해 살인을 서슴치 않는 폭력성과 상상을 초월하는 자극성을 확대재생산하는 막장 드라마가 범람하고 있으며 영화와 음악 역시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선정성으로 얼룩진 것들이 대량유통 되고 있다. 물론 표현의 자유는 존중돼야한다.

하지만 선정성과 폭력성의 상업화를 극단화한 미디어 텍스트들이 넘쳐나고 그것으로 인해 우리 청소년들이 병들어가고 있다. 정서가 파괴되고 행태가 흉포화 되는데 미디어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기 드보르의 주장처럼 수많은 사람들은 매스미디어가 재현한 이미지와 텍스트(상징화된 세계)를 소비하며 살아간다. 매스미디어에서 재현한 텍스트와 이미지가 현실의 척도가 되며 인식의 근간을 이룬다.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는 사람들이 매스미디어가 생산해내는 이미지와 텍스트(시뮬라시옹)를 실재보다 더 실재적인 것으로 인식하며 살고 있다고 주장한다.

전 국민을 경악하게 만든 심군의 엽기적 살인사건에 폭력성과 선정성으로 무장해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계속하고 있는 자극적인 미디어 텍스트도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런데 말이다. 그런 매스미디어가 심군을 괴물로 비난만 쏟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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