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주파수 대혼란] 담합으로 주파수 경매 얼룩?…新영토전쟁 ‘이전투구’ 양상

입력 2013-07-17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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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담합 적발땐 취소”…KT “천문학적 비용 떠안는 경매” 비난

▲KT그룹 노조 5000여명이 지난 9일 과천정부청사 앞에서 ‘주파수 할당 부당경매 철회 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공정해야 할 정부 정책에 담합 여지가 있다는 게 웬 말이냐?” - KT

“담합 등 부정행위 적발 시 주파수 할당 취소할 것!” - 미래창조과학부

정부의 황금주파수 할당 경매방식에 특정 업체 간 담합을 통해 경매방식을 조정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나 주파수 경매방식에 근본적인 오류가 있다는 지적이 강도 높게 제기되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중요 정부 정책이 담합으로 얼룩져 엉뚱한 결과를 낳고, 그 피해가 고스란히 휴대폰 사용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이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수개월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내놓은 LTE 황금주파수 경매방식은 밴드플랜1과 밴드플랜2 등 복수 할당방안이 핵심이다.

경매를 통해 입찰가가 높은 밴드플랜과 블록별 낙찰자를 결정하는 4안은 50라운드까지는 오름 차순 경매로, 51라운드째는 밀봉 방식 경매로 진행되는 혼합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문제는 1.8GHz KT 인접 대역을 포함하지 않은 밴드플랜1과 KT 인접 대역을 포함한 밴드플랜2에 대한 3사의 입장이 극명하게 다르다는 점이다.

KT는 무조건 밴드플랜2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고, 인접 대역이 필요치 않은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입장에서는 KT가 밴드플랜2를 절대 할당받지 못하도록 한다는 게 이번 황금주파수 경매에 대한 공식 입장이다.

KT는 SK텔레콤, LG유플러스 두 회사가 담합을 통해 천문학적 비용을 KT에 떠넘길 수 있다며 정부 정책을 맹비난하고 나섰다.

KT는 경쟁사들이 1.8GHz 인접 대역에 대한 KT의 절실함을 빌미로 서로 간의 담합을 통해 천문학적 비용을 떠넘기거나 자사가 원하는 주파수 대역을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가져가려 한다며 경쟁사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KT경제경영연구소 김희수 부소장은 “정부가 경매제 기본원칙에 반하는 담합 행위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방안”이라며 “정부가 경매 전에 담합을 정의하는 세부 규정과 사업자가 지켜야 할 지침, 위반 시 페널티 등을 사전에 분명히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이번 주파수 경매에서 KT가 인접 대역을 할당받아 광대역 서비스에 나서는 것 자체를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속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다는 것은 시장지배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KT가 할당받을 경우 망 투자비 또한 거의 들지 않기 때문에 경쟁사와 같은 요금으로 두 배 속도의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진다.

물론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이에 대비, 광대역과 같은 속도를 자랑하는 LTE-A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LTE-A의 경우 특정 단말기에 한해 서비스가 제공된다. 캐리어 어그레이션(CA)이 지원되기 위한 칩이 장착돼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광대역은 기존 단말기를 이용하며 두 배의 속도를 구현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의 단말기로 더 빠른 속도를 원하는 이용자들은 이통사를 옮길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이 때문에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담합해 KT를 견제할 것이라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정부의 황금주파수 경매방안의 구도 자체가 담합을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정책기획에 참여했던 한 교수는 “정부 정책에 참여하는 기업이 담합할 수 있다는 사실은 정책에 중대한 결함이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담합 자체가 이뤄지지 않도록 방식을 정교하게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두 업체가 담합해 경매에 나서는 것은 불법이지만, 두 업체가 담합하더라도 담합 여부를 파악하기란 여간 힘들지 않다.

미래부 역시 이번 경매에서 담합의 소지가 있음을 인정했다. 미래부 조규조 전파정책관은 “담합의 소지가 있음을 인지하고 있지만 담합을 적발해 내기란 쉽지 않다”면서도 “만일 담합 등 부정행위 적발 시 할당을 취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정부조차 담합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정책을 강행하자 다양한 루머들이 난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책 자체에 담합 여지가 있다는 것은 정책의 신뢰성을 위협받는 가장 큰 문제라고 진단한다.

이 때문에 이번 황금주파수 경매방식이 그대로 추진될 경우 엄청난 부작용과 후폭풍이 불가피할 것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담합과 과열 경매 폐해는 고스란히 품질 저하와 비용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면서 “공공재인 주파수가 공평하고 투명하게 배분될 수 있는 개선안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경희대 홍인기 교수는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어떤 방법이든 광대역 서비스가 이뤄져야 한다”면서도 “각 사업자 입장이 다른 만큼 조건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다만 그것이 담합을 조장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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