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 “아버지 함께한 ‘레드’, 내겐 특별한 의미” (인터뷰)

입력 2013-07-17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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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병헌(사진 = 블루미지)

벌써 3번째다. 배우 이병헌이 할리우드 영화 ‘레드: 더 레전드’(이하 ‘레드’)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브루스 윌리스, 존 말코비치, 안소니 홉킨스, 헬렌 미렌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과 함께이다. 지난 2009년 ‘지.아이.조: 전쟁의 서막’으로 할리우드에 신고식을 치른 이병헌은 ‘지.아이.조2’(2013)에 이어 ‘레드’로 할리우드 배우의 향기를 물씬 풍기고 있다.

이병헌이 연기한 한조배는 세계적인 킬러다. 그는 총, 칼은 고사하고 종이 한 장만 있어도 대상을 죽일 수 있다. 그의 의뢰인은 항상 목숨을 잃을까 두려움에 떤다. 그런데 이상하다. 극 후반부로 갈수록 한조배는 코믹하다. 최근 만난 이병헌은 그런 한조배에 푹 빠져 있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영화 전반적으로 관객에게 웃음을 주지만 한조배는 웃음을 주는 가운데 긴장감도 놓치지 않는 캐릭터였어요. 영화 3분의 2 지점부터 허점이 보이기 시작하죠. 캐릭터에 반전이 있어요. 단순하지 않은 캐릭터였기 때문에 배우로써 정말 재밌었어요.”

브루스 윌리스, 존 말코비치, 안소니 홉킨스, 캐서린 제타존스 등 이병헌의 상대배우는 현존하는 할리우드 전설이었다. 과거 ‘주말의 명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이병헌. 지난해 9월부터 12월말까지 ‘레드’ 촬영에 임했던 이병헌은 하루하루가 꿈만 같았다.

“지금 20대 영화 관객들은 어쩌면 안소니 홉킨스를 모를 수도 있어요. 실제로 미국에 살고 있는 20대 조카에게 안소니 홉킨스, 존 말코비치를 아느냐고 물었더니 ‘들어는 봤다’고 말하더라고요. 정말 충격이었어요. 우리 세대나 그 윗세대에서 영화를 좋아한 사람이라면 이분들이 얼마나 전설적인 배우인지 알거예요. 저도 어렸을 때 극장에서 친구들과 오징어를 먹으면서 ‘양들의 침묵’을 봤고, 기억 속의 명작으로 간직하고 있거든요. 그 전설의 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연기를 할 수 있었다는 것이 정말 신기했고 영광이었죠.”

▲배우 이병헌(사진 = 블루미지)

동경하던 배우들 틈에서 겸손한 자세로 촬영에 임했던 이병헌은 그래도 프로였다. 미국에서 처음 코믹연기를 선보인 이병헌은 자신의 연기력을 십분 발휘해 한조배를 연기했고, 그의 개그는 미국 관객들에게도 통했다.

“코미디를 미국에서 처음 해봤어요. 코미디라는 것이 그 나라의 문화가 담겨 있는 것이잖아요. 한국 정서를 가진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했어요. ‘광해’가 LA에서 시사회를 가졌을 때 관객들이 웃음 포인트를 하나도 놓치지 않았던 적이 있어요. ‘레드’는 미국식 코미디였기 때문에 상영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어요. 제가 냉장고 문을 뜯어 격투신을 벌이는 장면이 있는데 가장 많은 박수를 받았어요. 영화 보는 도중 박수를 치더라고요.”

이병헌은 ‘레드’에 대해 ‘내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영화’라고 표현했다. 여기에는 동경하던 배우들과 함께 연기한 이유도 있었지만 그의 아버지와 함께 영화에 출연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레드’에서는 킬러 한조배의 이력이 소개될 때 실제 이병헌의 아버지 사진이 등장한다.

“개인적인 의미겠지만 돌아가신 아버지의 사진이 영화에 나오기 때문에 감개무량했어요. 아버지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항상 흑백영화를 보면서 배우들의 이름, 히스토리, 심지어 대사까지 다 외우실 정도로 영화를 좋아하셨죠. 영화를 아버지를 통해 배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아버지의 모습이 영화에도 잠깐 등장하지만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제 이름 밑에 아버지 성함도 같이 적혀 있어요. 딘 패리소트 감독의 배려였죠. 제가 얼마 전 할리우드에서 핸드 프린팅을 한 후 ‘아버지가 할리우드 마니아셨다. 이 광경을 지켜보셨더라면 행복해 하셨을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이 이야기를 듣고 딘 감독이 감동 스토리라며 아버지 이름을 엔딩 크레딧에 함께 넣어줬어요. 정말 고마운 감독이에요. 근데 아버지 사진이 좀 뚱뚱하게 나왔더라고요. 원래 뚱뚱하신 분이 아닌데...”

▲배우 이병헌(사진 = 블루미지)

이병헌은 ‘레드’를 찍으면서 누구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작년 9월부터 12월까지 ‘레드’ 촬영에 임했고, 미국과 한국을 네 차례 오가며 시사회와 영화 홍보에 임했다. 차기작 ‘협녀: 칼의 기억’ 촬영을 위해 준비에 한창이고, 오는 8월 10일에는 배우 이민정과의 결혼도 앞두고 있다.

“결혼준비요? 아시겠지만 ‘레드’ 홍보가 한국과 미국을 오가면서 진행돼요. 그게 반복되다 보니 정신이 너무 없어서 여기가 어딘지도 모를 때가 있었어요. 9월초부터 촬영하는 ‘협녀’ 촬영준비도 해야 해요. 그러다보니 결혼준비 할 시간도 없어요. 많은 것들이 함께 진행되고 있으니 잘 되어가고 있는 건지 체크할 수 있는 여유가 없어요.”

2013년, 이병헌은 올해 ‘지.아이.조2’와 ‘레드’ 두 편의 할리우드 영화를 선보였다. 배우 전도연과 함께하는 ‘협녀’를 통해 제 2의 ‘광해’ 열풍도 준비하고 있다. 8월 10일 인륜지대사 결혼식도 올린다. 일과 사랑, 두 마리 토끼를 잡아내고 있는 이병헌의 소감은 의외로 소박했다.

“마음은 이제 시작이었으면 좋겠어요. 객관적인 위치는 모르겠지만 제 마음은 이제 시작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배우 이병헌(사진 = 블루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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