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회사들이 사실상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저성장·저금리 기조가 오래 이어진 데다 부실채권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지주사 최고경영자(CEO)들은 대부분 휴가를 반납하고 경영 현안 챙기기에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2분기 은행권 순익이 전년보다 절반 이상 줄어들 것이 기정사실화 되면서 금융권 CEO 대부분이 올 여름 휴가를 미루거나 포기한 채 업무에 매진하고 있다. 특히 우리금융 민영화에 따른 굵직한 M&A 현안이 쌓여 있는데다 올 3분기 이후 대내외 여건이 각 회사의 경영기반을 좌우할 정도로 급변하고 있다는 점도 한 몫하고 있다.
은행의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1년 새 0.24%포인트 줄어 지난 1분기 1.95%까지 떨어졌다. 1조원을 굴려 얻은 운용수익에서 자금조달 비용을 빼고 나면 200억원도 못 건진다는 얘기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5월 기준 1.04%로 전달보다 0.05%포인트 상승했다. 가계신용대출 연체율은 전달보다 0.10%포인트 증가한 1.26%로 6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상반기 보다 하반기 실적이 더 나빠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는 점이다. 4대 금융지주의 올 상반기 순익은 2조7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상반기 5조792억원 대비 반토막난 셈이다.
상황이 이쯤되자 CEO들은 여름휴가 대신 연체율 상승, 예대율 하락으로 인한 수익성 저하를 타개할 전략을 구상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최근 우리금융 계열사인 경남·광주은행에 대한 인수 가능성을 시사한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여름휴가 대신 해외출장을 선택했다.
김 회장은 17일 중국 산동성 예타이시에서 열리는 이사회 참석차 출국한다. 2박3일간 일정으로 이사회 참석과 중국 현지화 영업 강화를 위한 점검에 들어간다.
지난해 이어 올해도 휴가를 반납한 이순우 우리금융 회장은 민영화를 위한 행보를 지속한다는 입장이다. 우리금융은 오는 27일 14개의 자회사 임직원과 부점장 2500여 명이 참석하는 하반기 그룹경영전략회의가 예정돼 있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민영화에 앞서 조직 정비와 계열사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언급할 예정이다.
취임 초기 임영록 KB금융 지주 회장은 그룹내 현안 파악에 몰두할 계획이다.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은 유동적인 휴가 일정을 세웠다. 급한 현안에 대해서 언제든 자리로 돌아 올 수 있는 휴가 같지 않은 여름휴가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