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력 적정한가] “의대 정원수 늘려라” vs “지역 불균형 더 문제”

입력 2013-07-18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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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교수 “2020년 의료인 3만명 부족”… 의사 협회 “증가율 OECE 평균의 5배”

▲지난해 7월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의료연대본부 구성원들이 '서울대병원 의사 차등 성과급 및 진료실태 폭로' 기자회견을 갖고 환자 부담만 가중시키는 의사 성과급제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사진 뉴시스)
의료계에서는 의사인력의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는 주장과 공급 과잉이라는 주장이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

의사인력 수급 적정성에 관한 논란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2011년 한시적으로 운영됐던 보건의료미래위원회에서도 중장기 보건의료 시스템의 환경 변화에 따른 다양한 변수를 반영한 수급체계를 통해 적정 의사인력을 산출할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됐다.

한국은 급속한 경제성장 속에서 1989년 전국민 의료보험이 달성된 이후 의료수요가 급격히 팽창하면서 의사인력 공급 부족에 대한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의사인력의 수급문제를 분석한 그간의 국내 연구는 대체로 발주 기관에 따라 연구 결과가 다르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였다. 의료계와 보건복지부 산하 연구기관은 대체로 의사의 공급 과잉을 예상했으며 한구개발연구원(KDI) 및 경제학자들은 대체로 의사의 공급 부족을 예측했다.

◇의사 인력 적정 수급 ‘논란’= 서울대 김진현 교수는 의사 수의 절대수가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또 의대 입학정원 감축으로 의사 인력의 수급불균형이 심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2015~2025년까지 의사 부족이 심화된다. 2020년 의사 수는 연간 진료일수 255일 기준으로 대략 4700~2만300명이 부족하고, 2025년에는 6900~3만7000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10여년간 고령화 등 의료 이용의 급속한 팽창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전문의 수급불균형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의료인력 부족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의사인력의 부족한 공급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병상은 부족하면 쉽게 늘릴 수 있지만 의사인력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언어문제 등으로 한국인 의사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경우는 한국의 의대 졸업생이 거의 유일한 의사 공급원이다.

우리의 의대 입학정원은 1990년대 중반 3300명 시점부터 억제돼 지금은 3100명이 채 안된다. 여성의사 및 부부의사의 급증, 성형외과 등 비필수 진료과목의 확대, 제약업 등 타 부문에서의 수요 확대 등으로 ‘유효의사공급’은 빠른 속도로 줄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의사들은 희소가치가 줄어드는 것을 걱정해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고 있다. 의사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는 데도 의견이 극명히 엇갈렸다.

특히 2000년 이후 의사 수 연평균 증가율이 4.3%로 OECD 평균 1.7%를 상회하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이재호 대한의사협회 이사는 “우리나라의 의사 증가율은 OECD의 의사 증가율보다 5배 더 높으며, 국토 면적당 의사 밀도, 인구증가율과 비교하면 의사수가 부족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단순히 인구비례 의사수보다 지역별 분포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기존 의대 정원을 늘려 의사수를 증가시키는 것보다 실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지역별 불균형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에 의사 공급이 취약하므로 중소도시에 의대를 신설해 특화된 의료인력 공급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오영호 보사연 보건의료연구실장은 “보건의료 인력이 외국에 비해 적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제도 및 경제수준, 진료패턴이 달라 적정 여부를 단순 평가하기는 어렵다”며 “의료인력의 지역간 불균형이 심각하다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합리적인 수급계획 및 정책 ‘필수’= 그동안 우리나라는 보건의료 인력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공중보건의 및 보건진료원 제도 도입, 의과대학 증설 등 여러 보건정책들을 실시해 의료인력이 양적으로 팽창했다.

문제는 의료인력 수급 추계를 하는 것 외에는 의사 수급 논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의과대학 입학정원의 결정은 의사 노동시장에서의 수급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정치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03년 보건의료발전계획(안)을 마련했다가 소요재정 문제 등으로 관계 부처와의 합의 도출에 실패한 이후 현재까지도 계획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

김진현 교수는 의사 인력의 수급 부족 문제에 대해 우선 의과대학의 입학정원을 조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교수는 현재 의사 시장의 부족 인원이 연간 1000명 이상으로 2020년 3만2699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되므로 의대 입학정원을 6000명 수준으로 증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관계자는 “적정 의료인력에 대해서는 다양한 논의가 필요하며 의사 수 증가는 국민 의료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측면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의사 수가 적절하게 조절돼 환자 얼굴을 쳐다보면서 진료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형선 연세대 교수는 “전문 과목별, 지역별 수급 불균형 문제는 전체 의사인력의 공급이 원활해지면 상당 부분 자동 조정기능에 의해 해결이 된다”면서 “다만 전문과목 간 균형과 지역별 의사 균형 공급을 위한 미시적 정책들은 계속 시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급속한 고령화와 늘어나는 만성질환자를 볼 때 미래의 의사 공급을 줄이고 있는 현재와 같은 의대정원 억제정책은 적절치 않다”면서 “건강 문제의 만성질환화 등 다양화되는 의료문제에 적절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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