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합종연횡’을 본격화하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경제민주화 등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자구책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현대차, SK, 현대 등 주요 그룹사의 대기업들이 업종별 특성에 맞춰 전략적 제휴를 강화하면서 새로운 기업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간 협력 증진 등 기업경영의 새로운 가치평가 모델이 만들어지고 있다”면서 “기업들이 갖고 있는 고유한 강점과 검증된 경쟁력이 한데 모아지는 만큼 상당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최근 대기업간 협력은 대규모 합작, 지분 투자, 특허 공유 등 다양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17일 롯데케미칼과 1조원 규모의 합작공장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는 현대중공업그룹과 롯데그룹의 첫 합작사업이자, 상호 보완적 관계에 있는 정유사와 석유화학업체 간 최초의 협력 모델이라는 점에서 업계에 큰 파급력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양사는 이번 MOU에 따라 2016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각각 연간 100만톤의 혼합자일렌 및 경질납사 생산 공장을 설립한다. 혼합자일렌은 벤젠과 파라자일렌 등 방향족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BTX 공정의 주원료 가운데 하나이며, 경질납사는 석유화학의 기초원료로 활용된다.
향후 합작공장에서 생산되는 혼합자일렌은 롯데케미칼과 현대오일뱅크 자회사인 현대코스모에 전량 투입되고, 경질납사는 롯데케미칼로 공급될 예정이다. 이로써 양사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해 온 혼합자일렌과 경질납사의 안정적 조달을 통해 연간 2조원대의 원료 수입대체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달 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사가 보유 중인 반도체 관련 특허를 공유하기로 했다. 각종 특허 소송에 따른 불필요한 소모전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다. 삼성전자는 총 10만2995건의 반도체 관련 특허를 갖고 있고, SK하이닉스도 2만1000여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양사는 특허 공유뿐 만 아니라 제품 공급에 대한 협력도 강화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에 모바일 D램 구매를 제안했고, 현재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또 휴대폰 업체인 팬택에 530억원의 지분 투자를 한 데 이어 전국 61개 모바일 매장을 통한 직접 판매에 나서 눈길을 끈다. 삼성전자는 삼성리빙프로자에 ‘숍인숍’ 형태로 ‘베가존’을 설치하고 ‘베가 아이언’, ‘베가 넘버6’, ‘베가 R3’ 등 팬택의 스마트폰을 판매 중이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이번 조치를 새로운 상생 모델로 평가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주요 제품 및 이미지 광고를 외부 업체에 발주하는 사례도 대표적인 ‘협업’으로 꼽힌다.
현대차는 최근 ‘쏘나타 하이브리드’ 광고를 SK플래닛에 발주했다. 그동안 그룹 계열인 이노션에서 모든 광고를 제작한 것과 비교해 이례적이다. SK그룹도 기업 이미지광고 대행사로 삼성그룹 계열인 제일기획에 맡겼다. SK이노베이션은 올 초 전파광고 대행사로 외국계 기업인 TBWA코리아를 선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