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숙명의 라이벌] 라이벌, 네가 울어야 내가 웃는다

입력 2013-07-1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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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고 vs 군산상고 연세대 vs 고려대 ‘영원한 맞수’… 단순한 스포츠 교류를 넘어 사회 활동으로 영역 넓혀

지난 2011년 7월 22일 오후 서울 목동야구장에서는 의미있는 경기가 열렸다. 경남고와 군산상고가 대결했던 1976년 청룡기 고교야구 결승전이 35년 만에 재현된 것.

‘2011 레전드 리매치’라는 이름으로 열린 이 경기에는 양교를 대표하는 과거의 스타들이 대거 출전해 올드팬들의 향수를 자극했다. 경남고는 故 최동원이 경기에 나서진 못했지만 김용희 차동열 윤형배 우경하 김한조 이종운 등이 출전했고 군산상고는 김봉연 김성한 김준환 김일권 조계현 정명원 이광우 김평호 등이 출전했다. 35년 전 결승에서는 최동원을 앞세운 경남고가 5-0의 승리를 거뒀지만 2011년 대결의 승자는 ‘역전의 명수’ 군상상고였다.

1700년대 중후반 아일랜드 출신의 극작가이자 정치가였던 리차드 브린슬리 셰리든은 라이벌에 대해 “인생에서 가장 견딜 수 없는 것은 바로 라이벌의 기쁨”이라고 표현했다. 내가 이기고 지는 것을 떠나 라이벌이 승리하는 것을 견딜 수 없다고 표현함으로써 라이벌의 의미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셰리든은 라이벌에게 기쁨을 주지 않기 위한 노력이 반드시 정정당당한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라이벌은 ‘적(敵)’이 아니다. 없애야 할 대상이 아니라 같은 목적을 가지고 겨루는 ‘맞수’다. 선의의 경쟁을 통해 나 자신 역시 더 발전하고 강해질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경남고와 군산상고의 예처럼 말이다. 이들 외에도 많은 라이벌 구도는 서로를 강하게 할 뿐만 아니라 나 자신을 강하게 하며 시대를 양분해 왔다. 35년의 세월이 지난 이후에도 경남고 출신과 군산상고 출신 선수들이 한 자리에 모여 웃으면서 과거를 추억할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이 적이 아니라 라이벌이자 동반자였기 때문이다.

사학의 대표적 라이벌 연세대학교와 고려대학교 간의 연고전(혹은 고연전)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라이벌전이다. 1925년 정구대회를 통해 연희전문학교(연세대의 전신)와 보성전문학교(고려대의 전신)가 대결한 것이 양교간의 최초 대결로 이들은 1927년 전조선 축구대회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라이벌 구도를 구축했다. 연보전에서 연고전이라는 이름으로 정착된 것은 양교의 교명이 현재와 같이 자리잡은 1946년이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와 케임브리지 대학교간의 조정경기, 일본 와세다 대학교와 게이오 대학교간의 라이벌전 등과도 비교되는 연고전은 재학생에게 애교심을 고취시키는 계기가 된다. 나아가 대학 스포츠 발전에도 큰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를 통해 선수들 역시 경쟁력을 키워 자기 발전을 꾀할 수 있다.

물론 종종 벌어지는 양교 선수와 팬들간의 물리적인 충돌 혹은 편협한 엘리트 의식의 확산 등은 문제점으로 꼽히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은 단순한 스포츠 교류 외에도 점차 다양한 형태의 자원봉사나 사회 활동, 재능 기부 등으로 영역을 넓히며 단순한 스포츠 라이벌전 이상의 의미를 만들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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