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갈 듯한 함성소리가 경기장을 뒤덮었다. 지난 4월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시즌 첫 경기가 열린 서울 잠실야구장 풍경이다. “무적 LG!” LG 팬들의 함성소리가 두산 팬들을 압도했다. 이에 두산 팬들은 “최강 두산!”이라고 외치며 대응했다. 두 팀은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라이벌이다.
스포츠평론가 신명철씨는 “스포츠 라이벌은 흥미 유발과 관중 동원을 촉진해 구단 수입 증가에 도움을 준다”며 “이러한 선순환 구조는 스포츠 경기를 보는 또 다른 재미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는 국내 프로스포츠 중 가장 확실한 흥행카드다. 서울 잠실야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두 팀은 ‘잠실라이벌’로 불린다. 최근 6년간 어린이날 경기에서 모두 매진을 기록했을 정도다. 올 시즌 두 팀은 시즌 첫 2연전(4월)에서 1승 1패를 기록했다. 이후 두 번의 3연전은 각각 2승 1패씩 나눠 가지면서 라이벌다운 팽팽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롯데 자이언츠(부산)와 NC 다이노스(창원)는 신흥 지역 라이벌로 떠올랐다. 야구팬들은 시즌 시작 전부터 두 팀의 경기를 ‘낙동강더비’ ‘부마대전’ 등으로 부르며 관심을 가졌다. NC 김경문 감독(55)은 3월 열린 2013 프로야구 미디어 데이에서 “롯데에게 지지 않도록 하겠다. 프로야구 흥행을 위해서라도 재미있는 승부를 펼치겠다”고 선전을 다짐했다.
국내 스포츠 경기에서 재계 라이벌은 또 다른 재미를 제공한다. 대표적인 재계 라이벌은 프로축구 FC 서울과 수원 삼성 블루윙즈다. 두 팀의 경기는 지난 2009년 국제축구연맹(FIFA)이 선정한 아시아 최고 라이벌 매치로 꼽히기도 했다. 라이벌 관계의 시작은 수원삼성 창단 당시 수석코치였던 조광래(59)씨가 안양LG(FC 서울 전신) 감독으로 부임하면서다. 이후 안양LG의 스타플레이어 서정원(43)이 해외진출 후 수원삼성으로 복귀하면서 라이벌 관계는 더 치열해졌다. 두 팀의 경기는 K리그 역대 관중수 3위(2007년 상암 5만5397명)·4위(2011년 상암 5만1606명)·5위(2010년 상암 4만5192명)·9위(2012년 수원 4만5192명)·10위(2011년 수원 4만4537명)에 올라 있다.
프로배구 삼성화재 블루팡스 신치용(58) 감독과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김호철(58) 감독도 라이벌이다. 라이벌 관계는 2003년 12월 김 감독이 현대캐피탈에 부임하면서 시작됐다. 두 감독은 2005년 프로 출범 이후 챔피언 결정전에서 두 차례씩 우승을 주고받았다. 하지만 두 팀의 균형은 2008년부터 5연패한 삼성화재로 기울어졌다.
선수들의 몸값 경쟁도 흥미롭다. 프로농구 문태종(38·창원 LG 세이커스)은 2013-2014시즌 국내 최고 금액인 6억8000만원에 계약했다. 이에 김주성(34·원주 동부 프로미)과 양동근(32·울산 현대 모비스)도 6억원에 계약, 프로농구 몸값 경쟁에 불을 붙였다.
피겨선수 김연아(23)와 리듬체조 선수 손연재(19)의 CF경쟁도 눈에 띈다. 김연아와 손연재는 각각 34개와 19개의 CF에 출연했다. 한국CM조사연구소의 모델 호감도 조사에서는 김연아가 1위(2012년 3-5월)를 기록했고, 손연재는 6위(2012년 9월)에 이어 4위(동년 10월)에 오른 바 있다.
그 밖에 프로농구 서울 SK 나이츠와 부산 KT 소닉붐의 통신사 라이벌은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뜨겁다. 프로야구 박병호(27·넥센)와 최정(26·SK)은 홈런왕 경쟁을 예고했다. 둘은 17개로 공동선두(10일 현재)에 올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