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보조금 지급으로 징계를 받는 자리에서 이동통신3사가 부적절한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18일 방송통신위원회는 불법 보조금 지급 경쟁을 벌인 이통3사를 징계하기 위해 회의를 열고 각 사의 입장을 따로 들었다.
364억6000만 원의 가장 높은 과징금을 받은 SK텔레콤 측은 이 자리에서 방통위의 불법 보조금 조사 시점을 명확히 해달라고 제의했다.
김대희 위원은 “SK텔레콤이 미리 제출한 의견서에 이런 말이 있어서 내가 해석을 잘못한 줄 알았다”면서 “방통위가 이렇게까지 강력한 제재를 하는데 이런 제안이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양문석 위원은 “조사 시점을 알려달라는 것은 음주 단속 피해 음주운전을 하겠다라는 것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며 “징계받는 자리에서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제안을 하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SK텔레콤 측은 “그런 의도로 말한 것 아니다”며 “조사에 명확한 기준을 정해주면 그 안에서 경쟁하겠다는 것이지 조사를 피하겠다는 뜻은 아니었다”고 변호했다.
김충식 부위원장은 “1년 365일 보조금 27만 원 안에서 경쟁하라는 기준을 진작 세웠고, 그걸 못 지켜서 여기에 앉아있는데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경재 위원장도 예외적으로 “의견서를 아무리 꼼꼼히 읽어봐도 단속을 피해 영업을 하겠다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며 “방통위의 경고를 그런 식으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불법 보조금 주도 사업자로 지목된 KT의 입장을 듣는 자리는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KT 측은 방통위에게 선처를 바란다면서 그 이유로 조사했던 시점에 오히려 가입자 순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포화상태인 이동통신시장에서 유통 구조상 모든 통신사가 함께 저지른 불법에 대해 단독 영업정지는 너무 가혹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에 대해 양문석 위원은 “퍽치기한 뒤 주머니를 뒤져보니 지갑이 없었다면, 그 범죄자를 선처해야 하느냐”고 꼬집었다.
그는 또 “벌점 주는 6개 항목 중 KT가 5개 영역에서 만점을 받았고 총벌점은 97점에 달한다”면서 “LG유플러스는 53점, SK텔레콤은 32점에 비하면 2배가 넘는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에 자리 한 LG유플러스 측은 보조금을 27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올리자는 제안을 했다. 현실적으로 27만 원은 너무 적다는 것.
역시 방통위원들의 강력한 질타가 이어졌다.
김충식 부위원장은 “그럼 27만원은 비현실적이고 30만원은 현실적이라는 것이냐”면서 “이자리에서 보조금을 3만 원 더 올리자는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문석 위원은 “보조금 한도를 100만 원으로 올려주면 당신들은 원가를 200만 원으로 책정하고 170만 원 깎아주는 행태를 보일 것”이라며 “보조금은 완전히 사라져야 할 독”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방통위는 지난 3월 불법 보조금 주도 사업자를 가중처벌하겠다고 밝힌 데에 따라 KT에게 202억40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7일 간 신규가입자모집 금지 명령을 내렸다.
또한 방통위는 불법보조금 위반이 5번 반복됨에 따라 모든 통신사업자에게 매출액의 3% 이내로 ‘필수 과징금’을 징수키로 했다.
방통위는 앞으로 있을 조사에서 불법보조금 주도사업자로 지목된 통신사에게는 영업정지일을 두 배로 늘릴 예정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KT의 영업 정지명령은 이용자 공지 등을 고려해 이달 30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