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보는 경제이야기]명분을 위한 실리는 없다

입력 2013-07-22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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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훈 시인ㆍKDB산업은행 부장

조선 중기, 왕 광해군은 반정(反正)에 의해 왕위에서 쫓겨났다. 명나라와 청나라 사이의 실리외교정책이 ‘재조지은(再造之恩)’을 강조하는 양반 지배층의 지지를 얻지 못한 것이다. 재조지은(再造之恩)이란 망할 위기에 있는 조선을 도와 다시 만들어 준 명나라의 은혜를 말한다. 사실 명나라는 일본과의 전쟁이 요동 땅에까지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조선에 출병한 것이었다. 명나라는 왕위를 찬탈한 인조를 바로 조선국왕에 책봉했고 인조는 재조지은을 실행함으로써 지지기반을 강화했다. 이는 청나라의 침입을 가져왔고 두 번의 전쟁을 겪으면서 조선은 청과의 군신관계를 맺게 되었다.

그 당시 서양은 신대륙 정복사업과 동방무역에 몰두했다. 당초 동방무역은 신항로를 개척한 포르투갈이 선점하였으나 이윽고 동인도회사를 앞세운 네덜란드가 대신하게 되었다. 네덜란드는 자바섬을 근거로 동남아시아의 향신료 무역을 독점하였고 일본과도 교역을 시작하였다. 1653년 제주도에 표류한 하멜은 그런 무역선의 선원이었다.

인조의 뒤를 이은 효종은 사림(士林)을 대거 등용했다. 이들은 성리학적 대의명분에 의거하여 효종의 북벌론을 지지했다. 북벌(北伐)이란 청을 공격하여 명의 은혜를 갚자는 것. 사림은 중앙정치에 진출하기 위해 왕권과 결합했다. 사림의 우두머리인 송시열은 왕의 지지를 내세워 권력을 장악해 갔다. 북벌은 실현 불가능했으니 권력유지를 위한 허울이었다. 송시열은 임진왜란 때 원병을 보내준 명나라의 황제 신종과 마지막 황제 의종을 제사지내는 만동묘를 건립했다. 궁중에는 명태조 주원장 제사를 위하여 대보단을 만들었다. 명나라가 멸망함에 따라 중화의 전통을 조선이 잇는다는 ‘소중화(小中華)’의식을 가져왔다. 청나라에 대해서는 오랑캐라 부르며 낮추어 보았다. 군신관계를 맺고 조공을 바치면서도 마음은 이미 망해 없어진 명(明)에 가 있는 것이었다. 일부 학자를 중심으로 기존의 성리학적 질서를 극복하자는 실학이 등장하였지만 중앙정치에 영향력을 갖지 못한 주장에 불과했다.

올해 우리 경제의 전망이 예상보다 어둡다. 신정부의 왕성한 의욕에 비해 세금수입도 저조하다. 저조한 경기가 지속되다 보니 세금이 잘 걷히지 않는다. 당연히 공약한 사업의 진행에 차질이 예상된다. 공약을 지킬 것인가, 세금을 더 거둘 것인가.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한 협상도 지지부진하다. 개성에 사업장을 둔 중소기업자들의 관심이 크지만 서로의 명분이 팽팽하다.

명분(名分)과 실리(實利). 명분을 위한 실리는 없다. 실리를 위한 명분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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