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라면명가’ 삼양에 무슨일이

입력 2013-07-23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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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사키짬봉 외면 받아…주력제품 삼양라면 외에 내세울 것 없어

라면 원조·명가 삼양식품의 자존심이 구겨졌다. 하얀국물 라면의 인기를 틈타 출시한 나가사키짬봉이 소비자들에게 외면받으면서 ‘만년 2위’자리를 오뚜기에게 빼앗겼다. 주력제품 삼양라면 외에 내세울만한 제품도 없어 재역전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23일 농심이 AC닐슨 자료를 바탕으로 발표한 2013년 상반기 라면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삼양이 확실히 3위로 밀려났다. 올 상반기 누적 점유율 농심이 67.7%로 1위, 오뚜기가 13.2%로 2위를 확실히 다졌고 삼양이 11.0%로 3위로 밀려났다. 지난해 누적 점유율과 비교했을 때 농심과 오뚜기는 각각 4.8%p, 2.1%p 상승했으며, 삼양과 팔도는 각각 4.6%p, 2.3%p 하락했다.

삼양은 이미 지난해 10월 월간 판매점유율 12.0%를 기록하며 오뚜기(12.2%)에 밀렸다. 11월에 바로 삼양식품이 재역전에 성공했지만, 12월에 오뚜기가 다시 2위로 올라섰고, 올해 1월에도 오뚜기가 14.6%로 삼양식품(11.7%)을 2.9%p로 따돌리며 2위에 올라서 상반기까지 자리를 지켰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라면 시장이 1위 농심, 2위 오뚜기, 3위 삼양으로 재편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양식품은 국내 라면업계 50년 역사에서 1963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라면을 생산한 원조 업체다. 1970년대 중반 삼양라면과 소고기면 등의 히트작을 냈지만 농심에 1위를 내주면서 첫 굴욕을 겪었다. 이후 2위 자리를 줄곧 지켜왔지만 오뚜기와 격차가 벌어지면서 두번째 굴욕을 맛보게 된 것이다.

이 같은 라면명가의 부진에 대해 업계에서는 시장 상황을 정확히 읽지 못했기 때문으로 지적한다. 대표적인 예가 나가사끼짬봉.

삼양은 2011년 하얀국물 라면의 인기를 틈차 신제품 나가사키짬봉을 출시했다. 당시 매출액 100억원을 넘어서며 간판 제품 삼양라면의 월 매출액 90억원을 넘어서는 등 큰 인기를 얻었다. 이에 삼양은 나가사키짬뽕 판매라인을 증설하는 등 투자를 확대해 나섰다. 기존 4개라인을 통해 월 2100만개 생산량을 증설을 통해 한달에 2600만개까지 확대한 것. 그러나 점차 하얀국물 라면이 인기를 잃으면서 과잉공급의 문제에 직면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양식품이 앞만 보고 너무 섣불리 투자에 나서면서 시장 상황을 정확히 예측하지 못했다”며 “하얀국물 라면 열풍이 사그라들면서 나가사키짬뽕 한 제품을 중심으로 올라갔던 점유율이 빠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가사끼짬봉은 지난해 상반기 매출 ‘톱10 브랜드’ 순위에서 5위에 올랐지만 올해는 순위 밖으로 밀려났다.

삼양식품이 나가사키짬뽕 후속으로 출시한 제품의 성적이 부진하는 등 삼양라면 외에 주력 제품이 없다는 점도 미래를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돈라면을 출시하고 1800원대의 프리미엄급 라면인 호면당 브랜드를 내놓았지만 반응이 신통치 않다. 그러나 작년 4월 출시한 불닭볶음면에 대한 반응은 좋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불닭볶음면이 월 단위 30~40% 성장하는 등 반응이 아주 좋아 대표 브랜드(히트상품)로의 성장을 기대한다”며 “하반기에 신제품 2개 정도 출시해 제품라인업을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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