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협상을 벌이고 있는 은행 노사가 좀처럼 입장을 못 좁히고 있어 협상 타결에 난항이 예상된다. 수익 악화로 조직 슬림화, 판관비·인건비 감축 등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노조측이 여전히 8%대의 임금 인상 요구를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 사측은 올해 임금 인상안에 대해‘동결 또는 삭감’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는 정규직 임금 8.1% 인상, 비정규직 임금은 16.2%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노조와 임금 협상을 벌이는 사용자 대표들은 23일 오후 4시 전국은행연합회에서 모여 임금 인상안에 대해 논의한다. 정례모임이긴 하나 금융당국이 은행권 성과체계에 대해 전면 점검에 나서면서 선제적 대응 전략과 대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최근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등 고위 임원들의 임금 삭감 선언 등은 이런 절박한 상황을 대변한다.
이 자리에서 사용자 대표들은 전격적으로 임금 동결이나 삭감을 선언할 가능성이 높다. 동결이 목표임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기는 곤란하지만, 최근 은행권 경영상황이 예년과 많이 다르다는 것이다.
사용자협의회 관계자는 “저금리·저성장, 예금부진 등에 따른 수익악화에 따른 자구책으로 가장 먼저 손을 댄 것이 지점 통폐합이었던 만큼 이번 협상에서 제시하는 임금 동결이나 삭감은 의례적인 협상 전략 카드로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노조측은 은행의 안정적인 수익기반 확보가 우선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현재 금융권 경영상황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동결안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동결 또는 삭감된다면 강력한 투쟁을 벌이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사용자와 금융노조는 지난 5월 첫 상견례를 갖고 올해 임금협상 타결 때까지 2주에 한 번씩 협상을 갖고 있다. 다음 교섭일은 다음달 13일이다. 금융사용자 측은 그러나 지난 16일 금융노조와의 4차 교섭 직후 23일 금융사용자 측만 따로 만나기로 합의했다. 지난 2년간 양측은 매년 10월께 임금 협상을 타결했다. 2007년 3.2% 인상됐던 은행권 임금은 2008년, 2009년 2년 연속 동결됐다. 이후 3년간은 2~4%대 인상폭은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