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학PD, 당신은 진정 최고의 PD였소! [배국남의 직격탄]

입력 2013-07-24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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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사진공동취재단

점심을 먹으려는 순간, 믿기지 않은 소식을 접하고 신문사로 뛰어올라갔습니다. 김종학PD가 23일 경기 성남 분당의 한 고시텔에서 유서를 남긴 채 숨졌다는 소식이었습니다. 한순간 멍해지더군요. 후배 기자들에게 김종학PD 관련 기사 작성을 지시하고 김PD와 함께 한국 드라마사를 새로 쓰고 있는 이병훈PD에게 사망 사실을 알렸더니 망연자실하더군요. “우리시대 최고의 연출자를 잃었다는 사실이 너무 슬프고 안타깝다”는 말만 하신 채 말입니다.

이병훈PD의 ‘김종학PD는 최고의 PD’다라는 말을 인정합니다. 김종학 PD는 한국 드라마사에 빼놓을 수 없는 사람 중 한사람입니다. 이름 석자를 대도 시청자가 알 수 있는 명실상부한 스타 PD가 ‘드라마의 지존’ ‘드라마의 승부사’로 불리는 김종학PD, 당신입니다. 그동안 15년 가까운 세월 연출자로서, 제작자로서 김종학PD 당신을 만나왔습니다. 때로는 당신의 드라마의 비평가로 때로는 당신을 취재하는 기자로 수없이 만났지요.

김종학PD의 죽음 사실을 접하며 유작이 돼버린 ‘신의’를 준비하고 있을 때 길가에서 우연히 만날 때 좀 더 살갑게 대해주지 못한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습니다. “‘신의’는 김종학PD의 명성을 회복할 수 있을 만큼 잘 만들라”는 당부를 남기고 헤어졌지요.

저는 대중문화를 담당하면서 처음 취재한 드라마 연출자가 바로 ‘여명의 눈동자’ ‘모래시계’로 저에게 너무 강렬한 존재로 그리고 우상으로 자리한 김종학PD였습니다.

방송가에선 당신을 ‘독종’ ‘독사’ ‘불도저’ ‘사단장’ 이라고 부르더군요. ‘산도적’ 같은 외모처럼 김종학PD 당신을 감싸고도는 무서운 추진력과 고집스러움, 우직함 때문에 생긴 별명이라는 사실을 금세 알았지요. 당신은 또한 철저한 계산아래 작품을 연출하는 전략가적 기질도 다분했습니다. 김PD의 끊임없이 시도하는 실험성이 있기에 한국 드라마의 새 지평을 연 것이지요.

제가 보기에는 김PD는 작가적 성향이 강한 사람이기에 명작을 속속 내놓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977년 MBC에 입사한 후 큐사인을 낸 ‘동토의 왕국’ ‘인간시장’ ‘여명의 눈동자’ 그리고 방송사를 떠나 프로덕션사를 차려 연출한 ‘모래시계’ ‘백야 3.98’ 등은 스케일 큰 대작입니다. 한결같이 대중성과 완성도를 지닌 작품입니다.

남성성이 강한 선굵은 연출 스타일을 지향하는 김PD의 특색은 스타 연기자 기용과 오랜 세월 송지나(작가) 서득원(촬영) 조인형(편집) 최경식(음악)과의 호흡에서 나온 것이 많지요.

김종학PD의 드라마는 미시적이기 보다는 거시적입니다. 김종학PD의 드라마 내용과 주제는 광주민중항쟁을 담은 ‘모래시계’처럼 인간과 사회에 대한 것에 천착한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김종학PD 당신은 이런 말을 한적이 있지요. “인간과 사회의 모습을 담아내는 것이 바로 드라마다. 드라마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주요한 메시지를 주고 새로운 사회와 인간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종학PD, 당신의 드라마가 한국 드라마사의 흐름을 결정하고 대중에게 강렬한 의미의 존재감을 심어주기에 캐스팅하기 힘든 수많은 톱스타들이 당신의 작품에 출연하기를 원했지요. 물론 당신의 드라마로 인해 고현정 최민수 채시라 최재성 배용준 이지아 이요원 등 수많은 스타들이 배출됐지요.

저는 당신에게 늘 말했지요. 제작자나 사업가 김종학보다는 연출자 김종학이 가장 잘어울린다고요. 이병훈PD역시 그러더군요. “김종학PD는 연출가일 때 가장 빛이 난다”고요. 김종학PD, 당신의 죽음 역시 제작자로서의 미숙이 연출가로서의 존재와 명성에 흠을 가게 만든 것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요.

이제 김종학PD, 당신이 연출하는 드라마를 볼수 없어 너무 안타깝고 가슴이 아픕니다. 하지만 당신이 남긴 드라마는 한국 드라마사에 길이 남을 명품이고 시청자들이 오래도록 의미의 되새김질을 할 수 있는 완성도 높은 작품이라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인정할 것입니다.

드라마와 연출스타일 그리고 연출자 김종학을 취재하고 분석하며 때로는 비판, 비평하고 때로는 찬사를 보냈던 저역시 당신은 최고의 PD였다는 사실을 인정합니다. 그래서 하늘나라에 가서는 연출가로서 못다한 실험과 도전을 원없이 펼치기를 바랍니다.

“김종학은 김종학일뿐이다!” 지난 2001년 충주호의 물이 유유히 흐르는 제천의 ‘대망’ 세트장에서 소주를 마시며 던진 말이 아직도 귀가에 생생한데 김종학 PD, 당신은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당신의 명복을 빕니다. 정말 당신은 우리시대의 최고의 PD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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