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세계 골프계의 화두는 단연 박인비(25KB금융그룹)였다.
박인비는 올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15개 대회에 출전해 6개 대회에서 우승했다. 그중 3개 대회는 메이저대회다. 9개 대회는 ‘톱10’에 진입해 거의 매 대회 우승 경쟁에 합류했다.
이로써 박인비는 213만4844달러(24억원)를 벌어 일찌감치 상금왕을 예약했다. 2위 스테이시 루이스(28미국91만6799달러)보다 2배 이상 많은 액수다. 평균타수도 69.52타로 2위 루이스(69.77타)보다 0.25타 적다. 그밖에 평균퍼팅(28.52)과 올해의 선수 포인트(281) 등도 1위다.
올해는 그야말로 박인비를 위한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즌 초반에는 운도 따랐다. 지난 2월 혼다 LPGA 타일랜드에서 시즌 첫 승이자 통산 4번째 우승을 차지한 박인비는 최종 라운드에서 단독 선두를 달리던 아리아 주타누간(18태국)에게 마지막 홀까지 2타나 뒤져 패색이 짙었다. 그러나 주타누간의 어처구니없는 트리플보기로 거짓말 같은 우승을 차지했다.
바로 이 우승이 세계 골프사를 다시 쓰는 발판이 됐다. 박인비는 여세를 몰아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정상에 올랐다. 4라운드 내내 압도적인 기량을 뽐내며 유소연(23하나금융그룹)을 4타 차로 따돌렸다.
4월에는 노스 텍사스 슛아웃에서 카를로타 시간다(23스페인)에 한 타 차 우승했고, 6월에는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였던 웨그먼스 챔피언십에서 카트리나 매튜(44잉글랜드)와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정상에 올랐다. 메이저대회 2연승의 감동이 채 가시기도 전 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에서 시즌 다섯 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US여자오픈마저 정상에 올라 1950년 베이브 자하리아스(미국) 이후 63년 만의 메이저대회 3연승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박인비는 US여자오픈 우승으로 종전 박세리(36KDB산은금융)가 보유했던 한국인 시즌 최다승(20012002년 5승) 기록도 갈아치웠다. 박세리는 2001년 개막전을 시작으로 5승을 차지하며 상금랭킹 2위(162만3000달러)에 올랐고, 2002년에는 맥도널드 챔피언십을 비롯해 5승을 휩쓸며 상금순위 2위(161만1000달러)를 차지한 바 있다.
한국인 최다 상금 경신도 눈앞에 두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인 최다 상금은 지난해 상금왕 박인비가 획득한 228만7080달러다. 앞으로 15만3000달러만 더 벌면 신기록이다. 역대 LPGA투어 최다 상금 선수는 로레나 오초아(32멕시코)다. 그는 2007년 무려 8승을 쓸어 담으며 436만4994달러를 챙겼다.
앞으로 남은 대회는 11개로 브리티시 여자오픈(총상금 275만 달러)과 에비앙 챔피언십(총상금 325만 달러)에 가장 많은 상금이 걸려 있다. 상금과 더불어 한 시즌 개인 최다승도 관심사다. 2002년 소렌스탐이 세운 11승이다. 소렌스탐은 그해 286만3000달러를 획득해 박세리(172만2000달러)를 제치고 상금왕이 됐다.
무엇보다 그랜드슬램 달성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이미 메이저대회 3연승을 기록 중인 박인비는 앞으로 브리티시여자오픈(8월)이나 에비앙 챔피언십(9월)에서 우승하면 한 시즌 메이저 4승을 기록하며 캘린더그랜드슬램을 작성하게 된다. 캘린더그랜드슬램은 한 시즌, 한 선수가 4개 메이저대회를 전부 우승하는 것으로 지금까지 누구도 달성하지 못했다.
한편 박인비는 23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 일주일간 휴식을 취한 뒤 다음달 1일부터 나흘간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에서 열리는 브리티시 여자오픈 현장으로 떠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