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적으로는 정치권이 호들갑을 떨던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은 찾지 못했다. 그 사이 민생 현안은 NLL 논란에 묻혀 논의되지 못했다. 대통령의 방중 외교 성과는 물론이고, 주요 경제·민생 이슈들까지 줄줄이 ‘NLL 블랙홀’에 빨려 들어간 형국을 연출했다.
여야는 공개된 자료의 진본 여부를 두고 논쟁을 벌이더니 국가기록원에서 약 40만 건의 자료를 뒤지고도 ‘사초(史草) 실종’ 사태로 종지부를 찍었다. 똑 부러진 결론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한 달 가까이 허송세월을 한 셈이다.
따가운 여론이 커지는 걸 아는지 노련한 중진 정치인들 입에서 “이젠 정쟁을 멈춰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7선의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은 24일 당 공식석상에서 “대선이 끝나고도 8개월이 지났는데, 아직도 선거 연장선상에서 정치적 논란을 이어가고 있다”며 “정치권은 이제 경제와 민생을 챙기는 일로 돌아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5선의 정의화 의원도 “(NLL도) 현실화된 것이 없는데 우리가 집착할 가치가 있는지 깊이 통찰해야 한다”고 했다.
야당도 비슷한 분위기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결과적으로 소모적인 정쟁을 연장시킨 한쪽에 민주당이 서 있게 된 점을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야 모두 ‘민생탐방’이라는 명분으로 논쟁을 끝내려는 출구전략을 세우고 있다.
여야 간 소모적인 기 싸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 정치권은 귀태(鬼胎) 논쟁으로 한바탕 소동을 겪었다. 청와대와 여당의 이례적 강경대응으로 논란은 3일 만에 종결됐지만 그 사이 각종 상임위와 공공의료 국정조사 특위는 열리지 못했다.
이미 태어난 사람에게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이라는 저주를 퍼붓는 것과 지금도 수호되고 있는 NLL의 포기 발언 여부가 정치권이 이토록 소모적인 논쟁을 지속할 비중이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NLL에 매몰돼 민생을 이야기하지 못하는 정치권을 국민은 어떤 눈으로 바라볼까. 과거에 얽매여 공방을 벌이는 정치권의 못난 모습을 이제는 버릴 때다. NLL에 빠져 있기엔 민생 현안이 너무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