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그림이 있는 골프] 골프가 불가사의한 진짜 이유

입력 2013-07-26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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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삽화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

“골프의 가장 큰 결점은 그것이 너무도 재미나다는 데 있다. 골프에 대한 그칠 줄 모르는 흥미는 남편으로 하여금 가정, 일, 아내, 그리고 아이들까지 잊게 한다.”

“골프란 아주 작은 볼을, 아주 작은 구멍에, 아주 부적합한 채로 쳐 넣는 게임이다.”(윈스턴 처칠)

“골프는 남녀노소를 막론한 만인의 게임이다. 걸을 수 있고 빗자루 질을 할 수 있는 힘만 있으면 된다.”

“골프코스는 머물지 않고 가능한 한 빨리 지나가야 할 덧없는 세상살이 모든 것의 요약이다.”(장 지라두)

골프의 불가사의성을 강조하는 금언들이다. 골프가 왜 불가사의한 운동인가를 주제로 대화를 나눈다면 밤을 지새워도 끝나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결코 흘린 땀에 비례하지 않는 결과, 아침에 깨달았다가도 저녁이면 잊는 이치, 언제라도 천국과 지옥을 오갈 수 있는 예측 불허성, 결코 신체조건이나 체력으로 변별되지 않는 결과, 마약보다 심한 중독성, 인생보다 더 인생다운 라운드, 신기루처럼 달아나는 목표 등 대충 나열해 봐도 쉬이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골프애호가들을 홀리는 많은 요인들 중에서도 가장 가슴에 와 닿는 불가사의성은 ‘골프는 남녀노소를 막론한 만인의 게임’이라는 사실이 아닐까 싶다.

역도를 하려면 근육질에 단단한 체력이 필수이고, 구기운동을 잘 하려면 체격, 체력 모두 타고 나야 한다. 마라톤 선수가 되려면 심폐능력 지구력이 강해야 하고 배드민턴이나 탁구, 테니스는 힘과 함께 순발력이 뒤따라야 한다.

그러나 골프는 체격, 체력, 남녀 노소에 구애받지 않는다. 물론 체격이 좋고 체력이 남다르다면 유리한 조건은 되겠지만 절대적 조건은 아니다. 단신의 왜소한 사람이 천하장사 같은 사람과 대결을 벌일 수 있고, 연약해 보이는 여성이 남성을 절절 매게 할 수도 있다. 학창시절 운동과는 담을 쌓았던 여성이 뒤늦게 골프를 배워 또래의 여성은 물론 남편도 이기는 예는 많다. 사위와 장인이 같이 라운드하면 사위가 맥을 못 출 가능성이 높은 유일한 운동이 바로 골프다.

내 주위에도 60대 중반을 넘었는데도 1년 라운드에서 지는 경우는 한두 번에 지나지 않는 골프 노익장들이 적지 않다. 그것도 30~50대의 연부역강한 사람들과 겨루어서. 다른 운동이라면 가능하기나 한 일인가.

골프는 말하자면 상식과 통념을 거부하는 희한한 운동이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한번 골프채를 잡으면 지팡이를 짚을 수 있을 때까지 골프채를 놓지 못하는 것이다.

“60세 노인이 30세 장년을 이기는 골프게임이 어찌 스포츠란 말인가!”(버드 쇼탠, 작가) 이 한 마디가 골프의 불가사의성을 대변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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