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도시와 농촌의 상생기반 '도시농업'- 송정섭 농촌진흥청 도시농업연구팀장

입력 2013-07-2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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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식사 준비 시간이면 아파트 베란다에서 먹기 좋게 자란 고추며 상추를 뜯는 주부들, 오늘 회식은 건물 옥상에서 직접 심고 가꾼 채소에 삼겹살 파티를 한다고 들뜬 직장인들, 하루하루 한 뼘씩 자라는 식물 만날 기쁨에 아침마다 유치원 가는 길이 즐겁다는 아이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도 도시농업이 활성화되면서 2012년 기준 76만6000명의 도시농부들이 있다. 세계 도시농부들(8억명)에 비하면 이제 시작 단계이지만 2010년에 비해 4배 이상 늘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도시농부들은 농사활동을 통해 그동안 잊고 살았던 경작본능도 찾고 가족들의 먹을거리를 직접 생산한다는 자긍심도 가지며 농사짓기를 즐기고 있다. 이러다 보니 2010년 설문조사 결과, 당시 전체 도시농부들의 95%가 고추와 상추를 기른다고 응답할 정도로 대부분 도시농부는 가족들의 먹을거리 생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세계 도시농업의 원조라 할 수 있는 독일의 클라인가르텐을 보자. ‘작은 정원’이라는 뜻의 클라인가르텐은 대도시 주변의 녹지대나 숲이 있는 곳에 대규모로 조성돼 도시민들이 정원을 만들어 채소도 기르고 화초도 가꾸며 힐링하는 공간이다. 여기에는 3:3:3이란 추천 규정이 있다.

전체 경작지의 3분의 1은 채소 등 먹을거리를 기르고, 3분의 1은 관상과 경관을 위한 꽃이나 관상수를 가꾸며, 나머지는 휴식을 위한 다양한 시설이나 조형물을 설치하는 것이다. 즉, 채소를 생산하는 농장이 아니라 복잡한 도시생활에 지친 도시민들이나 현역에서 은퇴한 세대들이 주말이나 여유시간에 와서 몸과 마음을 힐링하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이를 본뜬 형태가 서울 주변의 양평이나 남양주 일대 등에서 조금씩 시도되고 있다. 자연과 영농체험을 통해 도시민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도시민 유입을 유도해 농촌경제를 활성화하려는 이른바 ‘도시와 농촌이 상생’하는 도시농업 콘텐츠가 생겨나고 있다.

도시민과 농업인이 함께하는 파머스마켓, 도시근교 농촌에서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농업, 귀농을 희망하는 젊은 도시농부들의 농사연습, 농업농촌을 이해하는 교육현장 등 농촌 소득증가와 연계해 도시농업은 발전하고 있다.

도시가 꽃이라면 농촌은 그 꽃이 사는 토양이기에 농업·농촌이 건강해야 도시가 건강하게 발전하고 결국 나라가 튼튼해진다. 그래서 최근 일고 있는 도시농업은 ‘도농상생’이 전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난달 농식품부에서 마련한 도시농업 육성계획도 ‘도농상생을 위한 도시농업 활성화’로 목표와 비전을 설정했으며 농촌진흥청에서도 도시농업의 중장기 연구 목표를 ‘식물-인간-환경이 공존하는 도시농업 모델 개발’로 하고 이를 위한 미래지향적인 다양한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농업 역시 도시농업을 만나면서 그 가치와 역할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도시농업 붐이 일기 전에도 홍수 조절이나 지구온난화 경감 등 농업의 다원적 가치가 평가받긴 했지만 도시에서 녹색 생활화가 실천되면서 농업이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직접 중요한 툴로 작용하고 있다. 그동안 농업은 국민의 식량을 안정적으로 생산해내는 것으로만 평가받아 왔지만 도시농업이 활성화되면서 농업은 6차 산업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즉, 농업은 어르신들의 건강을 유지해주는 소일거리로, 복잡한 도시생활에 지친 직장인들에게 힐링을 위한 장소로, 미래 세대들에겐 생명교육의 중요한 도구로, 아파트 중심의 개인화된 심성에 공동체 의식을 길러주는 활동장소로, 회색도시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는 녹색식물로, 여름철 열섬방지를 통해 건물의 에너지 경감은 물론 도시의 생태계를 선순환시켜주는 기반으로서 농업은 그 성능을 제대로 발휘하고 있다.

아무쪼록 도시농업이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향하는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도농상생을 통해 누구나 찾아가고 싶어 하는 농업·농촌을 만드는 데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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