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정기예금 엑소더스가 이어지는 가운데 금리 혜택을 앞세운 수시입출금식 예금상품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비교적 높은 금리를 무기로 저금리 기조속 갈 곳 없는 단기자금을 흡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예금금리가 연일 최저치를 경신함에 따라 은행권 정기예금은 줄고 있지만 수시입출금 예금과 같은 저(低)원가성 예금 잔액은 오히려 증가 추세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조건(연령 및 금액 등) 없이 평균 2~3% 대의 금리를 제공하는 수시입출금식 예금상품을 통해 예금 잔액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은행권은 최근 원화 예대율이 상승하며 유동성 부족 및 자산건전성 악화 우려에 휩싸였다. 국내은행의 원화 예대율(평잔·CD제외)은 올해 3월(95.4%)을 기점으로 지속 상승해 지난 5월 현재 96.5%를 나타내고 있다. 원화 예수금 증가가 둔화된 반면 대출은 늘어난 탓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저금리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예금을 늘리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은행들은 탁월한 현금성에 정기예금 수준의 금리를 제공하는 수시입출금식 상품을 속속 내놓으면서 예금 실적을 방어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수시입출금식 예금상품은 현금성이 수월한 대신 평균 0.1~0.2% 수준의 극히 낮은 금리를 제공한다.
씨티은행의 ‘콩나물 통장’은 한 달 만에 수신고 1000억원을 넘어선 이후 출시 3개월 만에 1조원의 자금을 예치했다. 하루에 약 200억원의 시중 자금을 끌어 모은 것이다. 콩나물 통장은 예치기간에 따라 매주 0.38%포인트씩 우대금리를 적용해 9주 뒤에는 최고 3.4%의 금리를 제공한다.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의 ‘마이심플통장’도 인기몰이 중이다. 올해 2월 시장에 나온 마이심플통장의 지난 23일 현재 예금 잔액은 1조8000억원(4만8956계좌)을 기록하고 있다. 출시 5개월 만에 약 2조여원의 시중 자금을 끌어들인 것이다.
마이심플통장은 일별 평균잔액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단 하루만 맡겨도 연 2.7%의 금리를 제공한다.
우리은행의 경우 조건 없이 우대금리를 주는 수시입출급 예금상품은 없지만, 지난해 9월 출시된 ‘우리직장인 재테크통장’이 선전 중이다. 우리직장인 재테크통장은 지난 25일 현재 3727억원(33만좌)의 잔액을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