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최근 단행된 증권사 CEO 인선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건 바로 LG투자증권 출신들의 두각이다. 지난 9일 우리투자증권의 김원규 신임 대표는 합병 전신인 LG투자증권(현 우리투자증권)에 입사한 후 포항지점장, 강남지역본부장, 퇴직연금그룹장, WM사업부 대표 등을 역임했다. 김 대표는 우리투자증권 창사이래 (LG투자증권시절 포함) 최초로 평사원으로 입사해 사장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지난 26일 선임된 KB투자증권 정회동 대표도 대표적인 LG투자증권 출신 CEO다. 1956년생으로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인 정 사장은 1980년 외환은행 입사후 1984년부터 그룹으로 옮겨 그룹 회장실과 LG투자신탁운용 상무, LG투자증권 부사장을 지냈다. 이후 흥국증권 대표와 NH농협증권 대표를 역임한 후 지난해 8월부터 아이엠투자증권 대표를 지냈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정 사장이 우리투자증권의 합병 전신인 LG투자증권에서 오래 재직했고 최근 우리투자증권 매각을 공론화 한 NH농협증권 사장까지 지내 두 기업 사정에 정통하다”며 “아무래도 다른 우리투자증권의 인수 후보자들 보다 실사 등 정보와 인수 시너지면에서 우위를 점할 수 밖에 없는 위치”라고 말했다.
◇ 국내 대표 인재사관학교 LG증권…맨파워 이끄는 시스템식 교육 강점
LG투자증권 출신들의 새삼 부각되고 있는 최근 현상과 관련해 업계에서는 우수한 맨파워를 바탕으로 한‘시스템식 인재교육’이 주효했다고 평가한다.
현재 LG투자증권 출신 주요 인사로는 김원규 우리투자증권 대표, 정회동 KB투자증권 대표와 함께 김경규 LIG투자증권 대표, 홍원식 이트레이드증권 대표 등이 대표적이다.
성철현 현대증권 FICC담당 전무와 구희진 대신증권 홀세일 담당 전무도 전문 영업분야에서 최정상을 달리는 LG투자증권 출신들로 분류 된다. 박대혁 리딩투자증권 부회장도 과거 LG투자증권 영국 현지법인장을 지냈다.
LG투자증권 출신 고위 인사는 “과거부터 LG투자증권은 꾸준히 증권업계 리딩컴퍼니로 성장해 왔고 무엇보다 능력이 뛰어난 개개인들의 장점을 끄집어낸 ‘시스템식 도제교육’이 매우 잘 갖춰졌다”고 설명했다.
또 “과거 금융위기 등 모진 환란 속에서 여러 번 주인이 바뀜에도 불구, 전문화된 능력을 계속 유지하며 업계 최정상 위치를 유지할 수 있었던 점은 바로 이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밝혔다.
2005년 LG투자증권이 당시 우리증권과 합병돼 역사 속에서 사라졌지만 이같은 맨파워과 조직 응집력이 강점으로 작용해 최근 위기 국면에서 승승장구중이라는 설명이다.
지난 2008년 LIG투자증권이 출범했을 당시 LG투자증권 출신 인사 위주의 대규모 스카우트전은 아직도 회자 될 정도다.
A증권사의 한 임원은 “LG증권 출신들의 끈끈한 조직력은 업계 최고 수준”이라며 “과거 대우증권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대형사로 입지를 굳혀 우수인재들이 많이 모였다”고 덧붙였다.
◇ 씨티은 출신 금융위기 이후 종횡무진…국제파 CEO 명맥 이어
LG투자증권 출신들이 최근 인사 지형도에서 두각을 보이는 반면, 그동안 고공질주 하던 씨티은행 출신들은 한풀 꺽인 모습이다.
금융투자업계내 대표적인 씨티은행 출신들 인사로는 황성호 전 우리투자증권 대표, 조재민 전 KB자산운용 대표, 이수화 전 한국예탁결제원 대표, 임기영 전 대우증권 대표, 이찬근 전 하나IB증권 대표, 이원기 전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대표 등이다.
현재 씨티 출신 인사로 현업에서 활동 중인 고위 인사엔 김기범 대우증권 대표, 김준송 한국스탠다드증권 대표, 전용배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 대표, 이재우 보고펀드 대표 등이 거의 유일하다. 정치권에서는 조윤선 여성부장관이 지난 2007년 씨티은행 부행장을 역임한 바 있다.
그동안 씨티 은행은 대우증권과 함께 대표적인 금융투자업계 ‘CEO사관학교’로 군림해왔다.
씨티 은행은 지난 1960년대 말 외국계 은행으로선 국내에 가장 먼저 진출해 국제화 영업의 기초를 쌓아왔다. 당시 국내 가장 유능한 인재들을 영입하고 한국화에 적합한 국제화 영업 전략으로 최정상의 위치를 다져 온 셈이다.
선후배, 동문간 끈끈한 교류와 함께 선진국의 장점만 모아 놓은 개방적인 조직 문화도 자랑거리다.
금녀의 벽이 높기로 유명한 금융권내에서 씨티은행은 여성 임원들의 산실로도 자리 잡았다. 남녀 차별 보다는 능력을 우선시 하는 성과중심 문화를 중요시 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씨티 출신 금융권 여성임원들로는 오세임 전 우리투자증권 상무, 김미화 전 SC제일은행 부행장과 정옥희 전 두산캐피탈 대표, 원미숙 ING생명보험 부사장등이 꼽힌다.
업계 고위 인사는 “리먼발 금융위기 이후 성과 중심으로 조직을 추스르고 위기관리 중요성을 재빨리 인식하는 실무형 인재들인 씨티 출신 고위 인사들이 승승장구를 보이다가 최근 인사에서 고배를 마시고 있다”며 “그러나 위기 관리 국면에선 그 어떤 조직보다 우수한 성과를 시현 하는만큼 곧 씨티 출신의 전성시대가 전방위에서 다시 부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