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일 열기’에 베팅했던 석유업체 ‘빅3’의 수장들이 예상보다 부진한 수익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세계 3대 석유회사 엑슨모빌과 로열더치셸, 셰브런이 셰일유·가스 개발에 상당 규모의 투자를 했지만 그에 걸맞는 충분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피터 보서 로열더치셸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글로벌 석유회사 3사 수장들은 기존 원유 생산량 감소에 대응하겠다는 목표로 셰일유 개발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들 3사의 셰일유전 개발과 탐사, 생산에 들어간 비용은 지난해 1110억 달러(약 125조원)에 달했다.
로열더치셸은 이날 미국 내 보유하고 있는 셰일유전 자산가치가 예상보다 22억 달러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셀은 지난 분기 셰일자산을 상각 처리하면서 순이익이 전년보다 60%나 감소했다. 회사는 미국 내 일부 셰일유 자산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글로벌 정유업계 1위인 엑슨 모빌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렉스 틸러슨 엑손모빌 CEO도 셰일가스를 미래 에너지라고 판단하고 3년 전부터 셰일유전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는 2010년 셰일유·가스 전문기업 XTO인수에 250억 달러를 투입하는 등 셰일 유전 개발에 총력을 기울였다. XTO는 136억BOE(석유환산배럴)에 이르는 거대한 셰일유 시추전을 확보하고 있는 기업이다.
그러나 그의 이러한 노력에도 XTO의 전체 원유 생산량은 인수 당시보다 오히려 1.9% 줄었다고 WSJ는 지적했다.
실적 발표를 앞둔 셰브런도 최근 셰일가스 시추권을 인수했다는 소식에 실적 부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대해 WSJ은 미국 석유생산은 최고수준을 기록하고 있지만 글로벌 정유회사들이 셰일가스 시추와 생산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수익으로 곧바로 연결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최근 상품시장에서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는 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앞서 상당수의 전문가가 북미 지역의 셰일 붐이 원유시장의 판도를 바꿀 가능성에 주목했으며 업계에서도 셰일 열풍이 뜨거웠다. 그러나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생산성이 이전보다 향상되긴 했으나 셰일유 채굴 비용이 여전히 많이 들어 수익성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아울러 셰일유 공급 확대가 유가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라이스대학의 켄 메드록 에너지 연구소 수석책임자는 셰일 개발에 대해 “글로벌 정유업체들이 다소 뒤늦게 게임에 뛰어든 감이 있다”면서 “이들의 투자의 성공 여부는 앞으로 상품 가격에 크게 좌우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