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김정은 구두친서, 남북관계 ‘개선기대감 ’vs .‘신중론’

입력 2013-08-04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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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방북 현정은 회장, 김정은 제1비서로부터 구두 친서 전달받아

▲정몽헌 전 회장의 10주기 추모식을 위해 금강산을 방문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및 조문단이 3일 오후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입경하고 있다. 양지웅 기자 yangdoo@

“명복을 기원하며 아울러 현정은 회장을 비롯한 정몽헌 선생의 가족과 현대그룹의 모든 일이 잘되기를 바랍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3일 고 정몽헌 회장 10주기를 맞아 금강산을 방문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게 구두 친서를 전달했다.

현 회장은 이날 금강산을 방문한 뒤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입경하는 자리에서 “추모식에 참석한 북측의 원동연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으로부터 정몽헌 전 회장을 추모하는 김정은 제1비서의 구두 친서를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김정은이 남측 인사에게 구두 친서를 전달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남북관계 개선 가능성에 상당한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구두친서에 특별한 내용이 담긴 것은 아니지만 남북관계가 극도로 악화된 상황에서 남북 간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에 대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

또 현대그룹 입장에서도 개성공단은 물론 금강산 관광의 재개가 불투명해진 상황 속에서 김 위원장의 구두 친서 전달이 대북사업 재개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반면 정부는 이에 대해 신중론에 좀 더 무게를 싣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개성관광이 정상화가 되지 않으면 금강산 재개도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회담을 제의했지만 북한은 일주일째 묵묵부답인 상태다.

게다가 금강산광광은 2008년 7월 관광객 박왕자 씨가 북한군 총격에 사망한 이후 지금까지 중단된 상태로 관광객의 신변안전을 위한 장치가 명확하게 나오지 않았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고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2009년 8월 방북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만나 관광객 신변 안전 보장을 구두로는 약속했지만 우리 정부가 제시한 △신변안전을 위한 제도적 보장 △진상 규명 △재발방지 대책 등 3대 조건에 대한 정확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현정은 회장의 이번 방북 목적은 고 정몽헌 회장의 10주기 행사 참여인 만큼 남북관계를 위한 완벽한 메신저 역할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는 분석이다.

이번 추모식에 북측에서는 원동연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원 부위원장 등 20명이 현 회장 일행 맞이했다. 당초 남측에서는 현대아산이 38명에 대한 방북을 신청했지만 이날 37명이 금강산에 다녀왔다.

현 회장은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과 관련한 이야기는 없었다”며 “추모를 위한 자리였다”고 말했다. 이어 “추모식 이후 호텔 등 관광시설을 둘러봤는데 외관상으로는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며 “추후 관광 재개를 위해서는 정밀한 안전진단과 개보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 회장이 금강산을 방문한 것은 4년 만이다. 2009년 11월 금강산관광 11주년 기념행사 때 추모비를 찾은 것이 마지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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