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 부활을 꿈꾼다] 운용사들 ‘2호 스팩’ 참여 시큰둥

입력 2013-08-06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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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강화… 고객 환매 대응 어려워”

1세대 스팩들이 활동 종료를 앞두고 그간 스팩 시장의 큰손으로 군림했던 운용사들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운용사 입장에선 당초 스팩 설립 취지와 맞지 않게 규제가 강화되고 수급상 고객들의 환매 대응을 시의적절하게 대처하기 힘들어 스팩 투자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각 증권사가 준비하는 2호 스팩 공모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한층 커지고 있다.

지난 2010년 스팩 시장이 열리면서 동부, 유진, KTB자산운용 등이 스팩 지분을 5%에서 10% 이상 보유한 큰손으로 군림해 왔다.

이들 운용사의 펀드 자금이 공모에 참여하면서 스팩은 공모절차를 밟아 증시에 상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1호 스팩 펀드들이 당초 취지와 달리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운용사들이 합병보다는 청산에 대한 목소리를 높여왔다.

유동성이 적은 상황에서 최대 주주가 지분을 처분하면 주가가 추락하기 마련인데 대량 지분을 빨리 현금화하기 위해 운용사들이 스팩 합병보다는 청산에 찬성표를 던져 합병이 번번이 무산됐다. 운용사 입장에선 차라리 합병에 실패하는 게 낫다는 목소리가 크다.

스팩은 애초 목적인 인수합병에 실패해 청산할 때 주주들에게 공모자금을 돌려주기 위해 공모를 통해 받은 돈 95% 이상을 은행이나 신탁운용사 등 외부 기관에 예치한다. 향후 청산 절차를 밟으면 원금에 이자수익까지 거둘 수 있다.

실제 운용사들의 반대로 무산된 스팩 합병 사례는 지난해 불발된 히든챔피언스팩1호와 환경에너지 전문업체 엔바이어컨스 등이 대표적이다.

한 증권사 IB 관계자는 “합병 뒤 주가가 공모가보다 높지 못하면 손해를 볼 수 있게 된다”며 “합병을 못해도 원금에 이자까지 더해주기 때문에 운용사들이 반대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운용사들은 합병 이후 주가가 하락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반대에 나선다고 반박한다.

스팩 공모에 참여했던 한 운용사 관계자는 “스팩 펀드에 참여한 기관 등 큰손들은 10일 정도의 기간 동안 자금을 회수하기 원하는데, 국내 스팩 시장은 돈을 빨리 회수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또 국내의 경우 스팩 합병이 성사되면 심사기간이 한 달 이상이나 걸려 그 기간 동안 매매 정지가 되기 때문에 거래 재개 후 매물이 쏟아져 합병 이후 주가가 약세를 띄는 악순환이 반복돼 투자 메리트가 많이 희석됐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운용사 관계자도 “본래 스팩 재상장 후 기업가치 상승이라는 의도와 달리 청산가치를 노리는 세력들이 많아졌다”며 “만약 운용사들이 스팩 2호에 참여할 경우 무위험 차익거래 차원에서 들어올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한편 업계 최초 공모 스팩펀드도 청산 준비에 들어갔다. 운용업계에서 스팩 공모펀드는 동부자산운용이 지난 2010년 출시한 ‘동부SPAC증권투자신탁 제1호[주식혼합]’가 유일하다. 현재 이 펀드의 연초 이후 성과는 10.7%를 기록하고 있다.

동부자산운용 관계자는 “스팩이 줄줄이 합병되는 시점이라 마땅히 투자할 스팩이 없어 청산 준비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며 “현재는 스팩 대신 주식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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