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면수의 이슈 만화경]국민의 의무, 기관의 비리

입력 2013-08-07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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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민에게는 헌법에 규정된 4대 의무가 있다. 국방의 의무, 근로의 의무, 교육의 의무, 납세의 의무가 바로 그것이다.

이 가운데 국방의 의무를 제외한 3대 의무(근로·교육·납세)는 성별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그 누구라도 예외일 수 없다.

부모가 자녀를 교육시키고 싶지 않다고 해서 초등교육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고, 세금을 내고 싶지 않다고 해서 납세의 의무를 저버릴 수는 없는 것이다. 이는 대한민국 국민에게 부여된 최소한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일 국민의 의무를 주관하는 기관이 미덥지 못한 행동으로 말미암아 국민에게 신뢰를 보이지 못한다면 이를 어떻게 봐야 할까. 아마도 국민들은 각자에게 부여된 의무를 회피하고 말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할 때 교육·납세의 의무를 주관하는 기관은 여느 기관과 달리 그 책임이 막중하다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기대는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검찰은 최근 국세청과 인천시 교육청 비리를 적발, 관련자들을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했다.

실제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CJ 금품 로비’와 관련해 지난달 허병익 전 국세청 차장을 구속한 데 이어 이달 초에는 전군표 전 국세청장을 체포, 구속했다.

전 전 청장은 2006년 7월 국세청장 취임 후 CJ그룹 측으로부터 미화 30만 달러와 고가 명품 시계를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를 받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주에는 CJ그룹에서 수백만원대의 골프와 술 접대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송광조 서울지방국세청장이 전격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세청은 말 그대로 충격 그 자체다.

반면 교육계는 또 어떤가. 인천지검 특수부는 지난 5일 교육청 직원에게 대가성 금품을 받고 승진 인사에 개입한 나근형 교육감을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나 교육감은 2011년 2월부터 지난 1월까지 시교육청 직원들에게 승진 청탁과 해외출장, 명절 휴가비 등의 명목으로 총 17차례에 걸쳐 모두 1926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문제가 된 이들에 대한 법정 구속(유죄 또는 무죄) 여부를 떠나 우선 불미스런 사건에 연루돼 조직 전체를 칼집 낸 것은 참으로 비통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두 기관은 만신창이다. 사건의 중심에 선 이들은 머지않아 법의 심판을 받겠지만, 한 번 실추된 기관 이미지는 또 어떻게 되돌려 놓을지 의문이다.

어쩌면 국민들은 이미 이 두 기관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고, 삐딱선에 올랐는지도 모른다. 교육의 의무를 저버리고, 납세의 의무를 저버린 채 말이다.

하지만 낙망하기는 이르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를 흐리게 만든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대한민국 교육계와 국세청은 아직 그릇된 생각을 안고 사는 이들보다는 정도(正道)를 걷는 이들이 셀 수 없이 많다는 것을 안다.

소수로 인한 (오늘의) 아픔을 딛고, (내일은) 국민들이 본연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데 한 획을 긋는 중추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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