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네이버 때려잡기 관전기- 김광일 부국장 겸 미래산업부장

입력 2013-08-08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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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조·중·동·매경 등 메이저 보수매체의 네이버 때려잡기가 두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9월 정기국회 네이버 법 제정 때까지 몰고 갈 태세다.

네이버가 일찌감치 4개 기업으로 몸을 쪼개고,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해 ‘상생펀드 1000억원 조성’, ‘검색 공정성 강화’라는 상생 방안을 발표한 것은 소나기를 피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수순으로 보인다.

메이저 언론에게 네이버는 그야말로 눈엣가시다. 언론의 네이버 때려잡기는 기본적으로 광고시장을 네이버가 싹쓸이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네이버가 뉴스 유통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는 점 역시 보수 언론이 인정하기 싫은 아킬레스건이다. 네이버가 ‘뉴스 캐스트’를 폐지, 매체를 독자들이 직접 선택하는 ‘뉴스스탠드’로 변경하자, 언론사 뉴스클릭은 무려 70%까지 격감했다.

뉴스 유료화의 가장 큰 걸림돌도 네이버요, 웹에 이은 모바일 시장에서의 뉴스 유통 권력 또한 또다시 네이버 독차지이니, 보수 언론에 네이버는 그야말로 미운털 그 자체다.

문제는 네이버 독과점과 인터넷 생태계를 고사시키고 있다는 메이저 언론들의 날 선 비판과 한껏 몸을 낮춘 네이버의 반성문 모두 본질에서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달 23일 네이버 관련 간담회 때 발표된 부동산114 대표의 네이버 상권 침해, 컴닥터114 사장의 네이버로 인한 매출 격감 사례 발표 등은 사실 네이버 사태 본질에서 보면 정말 곁가지 중에도 곁가지에 불과하다.

네이버 사태의 본질은 크게 두 가지다.

가장 큰 핵심은 검색 기능의 왜곡이다. 구글, 야후, 네이버, 다음 등 검색사이트의 기본 기능은 웹(wwww) 상에 있는 모든 것을 검색해서 보여줘야 한다는 점이다.

구글이 야후를 제치고 순식간에 글로벌 검색 1위로 뛰어오른 것은 전 세계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본 사이트를 순서대로 찾아 보여주는 엄청난 자동 검색 알고리즘 엔진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반면 네이버는 네이버와 검색 제휴를 맺은 웹(www) 사이트만 보여주는 ‘검색 제휴’라는 독특한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검색 제휴를 맺지 못한 사이트는 아예 검색에 걸리지 않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검색 제휴를 통해 언론사를 통제하고, 상거래 사이트 등 네이버 비즈니스와 충돌이 되는 사이트들에게 보이지 않는 차별과 불이익을 준다는 점이다.

언론조차 검색 제휴를 맺기 위해 네이버에 온갖 눈치를 보고, 검색 제휴가 해지될까 전전긍긍하며 알아서 네이버 앞에서 슬슬 기는 현실도 이런 ‘검색 제휴’라는 무소불이의 검을 네이버가 갖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이 이 정도일진대 을, 병의 입장인 온갖 비즈니스 사이트들이 네이버와의 이해관계 속에 어떻게 검색 제휴로 처리될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네이버가 과연 검색 본연의 의무를 다하고 있느냐, 하는 의혹을 받는 것은 이 때문이다.

두 번째는 구글과 달리 네이버의 경우 네이버 안에서 만들어지는 블로그나 카페 DB, SNS DB를 비롯해 지식검색 DB, 지식인, 백과사전 DB 등 내부적으로 생성되거나 유료로 확보한 DB는 절대 외부 검색에 걸리지 않도록 차단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네이버가 검색 점유율 76.5%라는 독과점을 통해 우월적 지위로 인터넷 생태계를 죽인다는 지적은 검색 왜곡, DB 검색 차단 이 두 가지가 본질이다.

검색서비스는 수많은 웹페이지를 검색, 그대로 보여줘야 한다. 검색 제휴를 허락해준 사이트만 보여주고, ‘내부 DB 차단’ 정책을 고수하는 한 네이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사그라질 수가 없는 것이다. 글로벌화도 불가능하다.

네이버 사태의 해결책은 이런 잘못된 본질에서 출발해야 한다.

보수 인쇄매체의 쇠락은 결코 네이버 때문이 아니다. 언론 매출이 감소하고, 뉴스 유통 권력을 빼앗긴 게 결코 네이버 때문이 아니다. 시장이 바뀌었을 뿐이다.

시장은 스마트폰 열풍 속에 네이버의 10년 후 모습조차 장담키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데스크톱 PC 사용이 급격히 줄어드는 현상은 인터넷 등장 이후 신문매체가 쇠락하듯, 웹 기반 네이버의 운명도 뒤바꿀 수 있을 만큼 엄청난 파괴력을 보이고 있다.

이것이 바로 시장이다.

네이버는 미우나 고우나 대한민국의 소중한 자산이다. 네이버가 사라지고 구글이 판치는 상황을 상상해보라. 우리의 모든 정보와 움직임, 생각들이 고스란히 미국의 검색 기업, 미국 정보기관 손아귀에 놀아난다고 생각해보라.

국내 2.5억개에 가까운 DB를 한 곳에 모아, 방대한 지식 정보를 제공하는 네이버의 가치와 역사, 그들의 정신을 인정해야 한다.

자국 내 검색시장을 지키는 몇 안되는 검색 자주 국가라는 사실 역시 잊지 말아야 한다. 네이버가 존재해야 하고, 더욱 더 발전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언론은 시장을 인정하고, 네이버는 공정한 검색서비스를 제공하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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