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개편] 내년 세부담 봉급생활자(연봉 3450만원 이상)가 대기업(매출 1000억원 이상)보다 크다

입력 2013-08-09 09:27 수정 2013-08-09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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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대기업 법인세 현행 유지, 대기업 임원은 증세 검토 중”

박근혜정부의 첫 세제개편안이 중산층의 세 부담을 늘린 실질적인 ‘증세’여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연봉 3450만원 초과 월급쟁이의 세부담은 1조3000억원이나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비해 대기업(매출 1000억원 이상 또는 종업원 1000명 이상, 자산총액 5000억원 이상)의 세부담은 1조원 늘어나는 데 그쳐 월급생활자의 유리지갑만 털고 있다는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그러나 설비·시설투자에 대한 세금감면 혜택이 축소되면서 세부담이 늘어난 대기업 역시 경제활성화가 시급한 마당에 오히려 세부담이 늘어나게 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8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세제발전심위위원회를 열고 ‘2013년 세법개정안’을 확정했다.

이번 세법개정안에는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면서 연간 근로소득 3450만원 초과(상위 소득 28%) 근로소득자 434만명이 세금 부담이 늘어난다. 이들이 더 내는 세금은 평균 40만여만으로, 총 1조3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4000억원을 더해 근로장려금과 자녀장려금으로 1조7000억원이 저소득층에 지급될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가 가구 기준으로 연간 소득 5500만원 초과 가구를 고소득가구로 봐 맞벌이 부부를 고려할 때 현실과 맞지 않은 소득구간을 만들었다는 비판이 거세다.

장병완 민주당은 정책위의장은 이날 브리핑을 열고 “MB정부 재정건전성 악화 주범인 부자감세와 대기업·고소득자에게 집중된 비과세 감면 혜택을 축소하지 않은 채 월급쟁이와 자영업자, 농민 등 중산층과 서민층에게 세금폭탄을 안겨줬다”고 비판했다. 새누리당도 내년 재·보선과 지방선거를 의식해 내부적으로 중산층 세 부담 증가를 바로 잡겠다는 분위기여서 이번 세제개편안의 국회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도 정부의 세법개정안에 대해 “근로자들로부터 엄청난 증세를 도모하는 경악할 일”이라며 당장 근로자증세반대 서명운동에 돌입하겠다고 천명했다.

정부는 이번 세법 개정에 따라 2조4900억원의 세금이 더 걷힐 것으로 보고 있다. 계층별로 보면 고소득자와 대기업은 2조9700억원을 더 내야 하고 서민·중산층과 중소기업은 6200억원을 덜 내게 된다. 기업 분야에서도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대기업이 1조원 가량의 세금을 더 내지만, 중소기업도 세금감면 혜택이 줄어 3700억원 정도 세금부담이 늘어난다.

기재부는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에서 법인세율을 현행 3단계 누진세율 체계를 2단계로 축소하겠다고 밝혀 대기업 법인세 인하로 갈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해 이석준 기재부 제2차관은 “법인세를 간소화하더라도 현행 세율을 유지한 채 일몰되는 비과세·감면은 종료해 실질적으로 세부담을 올릴 계획이다”며 “대기업 고소득 임원에 대해 세 부담을 가중시키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차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국내총생산(GDP)대비 법인세 비중이 높다고 강조해 대기업 법인세가 낮출 가능성도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현재 전문가들은 이번 세법개정으로는 박근혜 정부의 복지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 마련이 어려울 것으로 봐 직접증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직접증세 없이 비과세감면 축소, 지하경제 양성화만으로 재정운용하긴 어려울 것”이라면서 “궁극적으로는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 등 직접증세를 해서 재정난을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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