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보고서는 있는데 애널은 없다?- 박선현 시장부 기자

입력 2013-08-09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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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원이 너무 부족해서요. 월별로 보고서를 작성하지만 리츠만 따로 커버(처리)하는 연구원은 없습니다. 그 질문에 답변을 드리기는 힘들 것 같네요.”(A증권사 펀드애널리스트)

얼마 전 A증권사 펀드 애널리스트에게 리츠 펀드에 관해 물었다. 그러자 돌아온 대답은 ‘담당자가 없다’였다. 수화기 너머로 응답이 가능한 연구원을 찾는 목소리가 들렸지만 아무도 연결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증권사는 매달 내는 월간 보고서에 고정적으로 리츠 펀드 전망을 싣고 투자의견을 개진한다. ‘말’은 있는데 ‘말한 이’는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월간 보고서는 누가 작성하는지 다시 물었다. 한 달에 한 번 펀드리서치팀 전원이 모여 자료를 공유한 뒤 투자 의견을 결정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해할 수 없었다. 저성장·저금리 기조 속에 글로벌 리츠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이 가운데 실물 부동산 가격 상승을 바탕으로 수익률 호조를 보인 미국과 달리 일본은 ‘아베노믹스’ 경기 부양 기대감에 단기 급등했다. 거품 제거에 따른 가격조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 일본 리츠 펀드의 3개월 수익률은 -10% 아래로 밀려났고 ‘꼭지가 지났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은 서둘러 자금을 빼고 있다. 해외 리츠 전체에 쏠렸던 투자자들 시선이 국가별 경기 상황에 맞춰 분산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증권사는 한 달에 한 번 하는 회의로 트렌드를 압축하고 단 한 줄의 보고서로 변화를 요약했다. 심지어 무책임하게 투자 의견까지 제시했다.

투자자들은 수익을 얻는 게 목적이다. 리서치센터 인원 감축으로 연구원의 업무 분담이 힘들다는 그들의 해명(?)은 변명일 뿐이다.

펀드의 모든 영역을 커버할 수 없다면 차라리 일부 유형은 과감히 생략하는 전략도 있다. 큰 맥락에서 한 분야를 특화시키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애널리스트들의 보고서는 투자자의 ‘돈’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만큼 책임의식 아래 작성돼야 한다. 증권업계 리서치센터의 좀더 책임 있는 자세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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