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쾌한 계곡물 소리가 귀를 자극한다. 흐르는 계곡물에 두 발을 담그며 망중한을 즐기면 어느덧 더위는 딴 나라 이야기다.
“후루룩! 후루룩!”
거기에 얼음 동동 띄운 냉면 한사발이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오싹해진다. 이만한 신선놀음이 또 있을까.
한여름 불쾌지수는 왕성했던 식욕도 무력화시킨다. 그럴 때마다 찾게 되는 것은 면요리다. 냉면, 메밀국수, 비빔면, 막국수 등 한여름에도 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면요리가 많다.
면요리 앞에서는 어른·아이가 따로 없다. 그만큼 면요리는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여행하며 즐기는 면요리는 더 각별하다. 부담없이 저렴한 비용에 맛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지역 문화까지 깊숙이 이해할 수 있으니 신비롭기까지 하다. 전국 각지에는 지역 특성을 대변하는 면요리가 많다. 여행하며 즐기는 면요리가 각별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인천 중구 차이나타운의 명물 면요리는 단연 짜장면이다. 짜장면이 국내에 처음 소개된 곳이기 때문이다. 입 안 가득 퍼지는 불맛이 일품인 이곳 짜장면은 월미도공원과 찰떡궁합이다. 데이트 및 가족나들이 단골 코스이기 때문이다. 짜장면 박물관도 있어 짜장면과 화교에 얽힌 뒷이야기도 배울 수 있다. 나무가방에서 출발한 철가방의 변천사도 확인할 수 있다. 소요 시간은 약 10분이다.
강원 춘천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면요리는 막국수다. 무더운 여름에도 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막국수는 닭갈비와 함께 춘천을 대표하는 토속음식이다. 무료입장 가능한 춘천막국수체험박물관도 있어서 아이들 교육장으로도 안성맞춤이다. 특히 매년 6~7월에는 춘천 막국수 닭갈비 축제가 열려 춘천을 여행하며 막국수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종류도 다양해서 물 막국수와 비빔 막국수 등 기호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최근에는 한류의 영향으로 외국인 관광객도 부쩍 늘었다.
부산에는 진주냉면 아성도 부럽지 않은 토속 면요리가 있다. 밀면이다. 곱게 간 밀가루와 전분을 소금물로 반죽해 뽑은 면을 닭고기나 쇠고기 또는 돼지고기 뼈를 고아 낸 육수에 말아 먹는 부산의 향토 음식이다. 부산 곳곳에는 수십년째 이어오는 밀면집이 많다. 여행 중 허기진 배를 달래는 데는 밀면만한 것이 없다. 맛좋은 밀면 집을 발견하는 것도 부산 여행의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제주도의 토속 면요리는 고기국수다. 양념을 거의 쓰지 않은 토속 조리법 덕에 지역민은 물론 타지역 사람들의 입맛까지 사로잡았다. 흑돼지를 고아낸 육수에 수육을 올려 만든 요리다. 해장용으로 즐기는 여행객이 많지만, 한끼 식사로도 훌륭하다.
‘맛의 고장’ 광주를 대표하는 면요리는 팥칼국수다. 팥물에 칼국수를 넣고 끓여 설탕과 소금으로 간한 요리로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특히 팥은 혈액순환과 해독에 좋은 것으로 알려진 건강 식재료로 동치미국물과 찰떡궁합이다. 호남지방에서는 팥죽이라 부르기 때문에 음식점에서 주문 시 주의해야 한다.
강원 속초에는 해산물을 이용한 국수가 있다. 회국수다. 막회를 넣고 국수에 빨간 양념을 곁들인 것으로 오징어와 가자미회 등이 주 재료다.
허기진 배는 물론 더위까지 잡아주는 면요리가 여름철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시키고 있다. 여행 출발 전 그 지역의 토속 면요리는 무엇인지 미리 알아두면 더 좋다. “후루룩! 후루룩” 면발 넘어가는 소리가 정겹게 느껴지는 여름이다.
사진=한국관광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