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대는 보호무역주의]애플 손 들어준 오바마 자유무역 역주행 시작하나…

입력 2013-08-12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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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C 판정 거부에 美 현지서도 비난

▲지난 5일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애플 제품 수입금지 조치 권고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를 확산하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일 삼성전자 임직원들은 예기치 못한 충격에 휩싸였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애플 제품 수입금지 조치 권고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다. ITC는 무역 이슈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권을 가진 독립·준사법적 연방정부기관이다. 미국 대통령이 ITC의 판정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26년 만에 처음 있는 이례적인 일이다.

이번 거부권 행사의 이유는 ‘애플이 삼성의 특허를 침해했지만, 이를 수입금지로 확대할 필요는 없다”는 말로 요약된다.

오바마 대통령의 위임을 받은 미 무역대표부(USTR)는 거부권 행사에 가장 중요하게 고려된 요인으로 법률적 측면보다 자국 경제와 소비자에게 미칠 영향을 꼽았다.

이번 오바마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 삼성전자뿐 아니라 우리나라 정부도 유감을 표명했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특허권 보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함께 미국 행정부가 보호무역주의를 확산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우려도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자유무역 정책을 신봉해 온 오바마 대통령이 보호무역주의를 오히려 강화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는 미 정치권과 재계의 끊임없는 압박도 한몫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오바마가 삼성의 손을 들어줄 경우 삼성의 미국 내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미국 현지에서도 반대 여론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지적재산권법 전문가 제이 주라타 변호사는 “오바마 행정부의 거부권은 애플과 삼성이라는 기업 간 분쟁에 정치가 개입하는 모양새가 됐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유력 매체인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오바마 대통령의 개입은 필연적으로 그 의도에 대한 의혹을 불러일으킨다”며 “미국이 특허제도를 보호무역을 위한 도구로 이용한다는 인상은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한 국제적 노력을 약화시킨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앞으로 주목되는 것은 지난 9일(현지시간) ITC의 삼성전자 ‘갤럭시S’, ‘갤럭시S2’ 등에 대한 수입금지 결정을 오바마 대통령이 다시 뒤집을지 여부다.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 제품에만 불이익을 준다면 노골적으로 자국 업체를 보호하려 한다는 국제적 비난을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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