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엔 약세 장기화 피할 수 없다- 박해식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입력 2013-08-13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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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세계경제와 글로벌 금융시장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는 단연 일본의 아베노믹스와 이의 성공 여부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일본 정부는 중앙은행(BOJ)의 전례없는 대규모 양적완화를 중심으로 하는 아베노믹스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아베노믹스가 자국 경제의 회생만을 목적으로 하는 국내용이라고 주장하나 이를 믿는 이는 거의 없다. 일본이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세계 3대 경제대국이고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축통화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흥국들은 아베노믹스로 인해 엔화 약세가 가파르게 진행되면 그 피해가 막대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반면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아베노믹스가 성공하여 일본 경제가 회생하면 세계경제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아베노믹스의 성공은 양적완화의 긍정적 실물경제 파급효과가 본격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아베노믹스의 성공을 전제로 하는 시나리오 하에서 BOJ의 양적완화 정책은 자산가격 상승→경기회복→은행대출 증가의 선순환구조를 초래한다. BOJ의 본원통화 확대에 따른 기대인플레 상승과 자산매입에 따른 국채금리 하향 안정화는 자산가격 상승의 촉매제 역할을 담당한다. 이어서 자산가격 상승은 부(富)의 효과를 통해 기대인플레 상승과 국채금리의 하향 안정화에 따른 소비 및 투자 진작을 더욱 가속화시켜 일본의 경기회복에 기여한다.

아베노믹스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완만한 엔화 약세가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BOJ의 금융완화 기조에 따른 엔화 약세 압력은 일본의 경기회복 및 금융시장 호황에 따른 해외자본 유입 증대로 어느 정도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아베노믹스가 성공하면 일본 경제 및 금융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시장금리가 하향 안정화되어 국내에 머물던 엔화 자금이 엔캐리거래 등을 통해 해외로 대거 유출될 수 있다. 이에 더해 미국의 출구전략마저 시행되면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에 비해 엔화가 초과 공급되는 수급불균형이 발생하여 엔화 약세가 상당히 오랜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아베노믹스의 실패는 BOJ 양적완화의 실물경제 파급경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현실화된다. 즉 양적완화가 자산가격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거나 시중자금이 금융권에만 머물고 실물경제로 이어지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전자는 지난 20여년간 이어져온 금융시장 침체→경기침체→은행대출 침체의 악순환구조가 지속되어 디플레가 연장되는 상태를, 후자는 실물경제 회복이 동반되지 않는 상태에서 금융시장에 거품만 형성되는 경우를 의미한다.

아베노믹스의 실패가 어떤 형태로 나타나든 간에 이 시나리오 하에서는 일본의 취약한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어 엔화 폭락이 예상된다. 아베노믹스의 실패는 일본의 디플레 및 경기둔화 지속, 국가위험 증가, 자산거품 붕괴 위험 등을 의미하기 때문에 주가가 폭락하고 금리가 급등하는 등 일본 금융시장이 크게 동요할 수 있다. 또한 아베노믹스의 실패로 세계경제의 성장세 둔화가 재연되면 엔화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누려왔던 안전자산의 입지도 위협받아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엔화 수요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이처럼 향후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아베노믹스의 진행 상황에 관계없이 약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경제의 저성장 기조 하에서 엔화 약세의 장기화는 앞으로 우리 경제가 어려운 국면에 직면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엔저 장기화에 따른 충격을 극복하기 위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정부는 엔저 장기화가 우리나라 수출 및 금융시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고려하여 각 산업별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자본 유출입의 변동성 완화를 위한 조치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기업은 지금까지와 같이 환율에만 의존하는 가격경쟁력보다는 비가격 부문의 국제경쟁력에서 비교우위를 누릴 수 있는 성장전략을 통해 엔저 장기화에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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