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민의 세종만평]통계의 오류가 부른 국민 분노

입력 2013-08-13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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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야심 차게 내놓은 2013년 세법개정안이 대통령의 한마디에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게 됐다. 이번 세법개정안은 고소득자에게 세제 혜택이 많았던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변경해 고소득자의 비과세 혜택을 크게 줄이고 저소득층에 세제 혜택을 더 주는 구조다. 조세 형평성을 맞추기 위한 기획재정부 세제실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문제는 연봉 3450만원 초과 월급쟁이부터 기존보다 평균 16만원 이상 세 부담을 주는 것이다. 세제실 관련 공무원들은 연 16만원의 세 부담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데다 더 걷히는 세금은 모두 저소득층 지원에 사용돼 합리적인 세제 개편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연봉 3450만원 초과 근로소득자가 상위소득 28%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세 부담을 주는 선으로 정부는 삼았다. 현실과 괴리가 너무 떨어진 통계의 오류로 볼 수 있다. 연봉 3500만원을 받는 근로자 중 자신이 상위소득 28%에 속한다고 인정하는 근로자는 아무도 없다.

기획재정부 설명은 세금을 1원이라도 내는 근로자들도 이번 통계에 포함돼 전체 근로자 중 상위 28%에 속하는 근로자 연봉이 3450만원 초과 근로자라고 한다.

공무원 중 연봉이 상대적으로 적은 군 하사관 지인도 연봉 3450만원 초과 근로자가 상위소득 28%에 속한다는 통계에 전혀 현실과 맞지 않다고 광분했다. 이번 기준선을 정한 기획재정부 세제실 담당자의 전형적인 탁상행정에 의한 통계 오류로 볼 수 있다. 차라리 저소득층 지원과 고소득자의 비과세 혜택을 줄이고자 전체 월급쟁이의 과표구간을 정하다 보니 연봉 3450만원이 기준이 됐다고 밝히고 국민의 공감을 얻는 것이 어땠을까. 아니면 과세기준이 되는 1원이라도 내는 근로자가 아닌 최저임금 근로자부터 계산해 소득상위 30%부터 세부담을 주는 쪽으로 했으면 국민의 공감을 얻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기획재정부 세제실은 몇 달을 야근과 ‘월화수목금금금’으로 일해 왔다. 세법개정안 마지막 발표 전에도 서울청사에서 세제실 공무원들이 주말을 반납하고 밤샘 작업을 했다고 한다. 당·정·청 협의에서도 이번 세법개정안의 전체 기본 방향에는 동의했다고 한다. 다만 새누리당에서 제기한 중산층에 세부담을 준다는 지적으로 원래 기획재정부가 기준으로 내세운 연봉선을 높였다고 한다. 당시에도 분명히 상위소득 28%라는 점을 강조했을 가능성이 크다. 정치인이나 청와대 쪽의 현실 감각이 떨어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탁상행정에 의한 통계의 오류로 정부세종청사에서 서울을 오르내리며 고생했던 기재부 세제실 공무원들의 노고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더 나아가 현오석 경제팀이 추구한 조세형평성도 한낱 과언에 불과하게 되었다.

다행히 중산층의 반발이 거세지자 박 대통령이 서둘러 이번 세제개편안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라고 한 것은 손뼉칠 만하다. 기재부가 말한 것처럼 중산층이 16만원을 부담하는 것을 거부할 정도 국민의식이 뒤떨어지지는 않는다. 다만 그 기준으로 내세운 것에 분개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다시 재검토하는 세제개편안은 탁상행정이 아닌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현실적인 기준선을 제시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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