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권 불황탈출 몸부림] 구조조정 ‘진퇴양난’

입력 2013-08-14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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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눈치보기에 감원 어려워폐쇄지점 직원 대부분 재배치비용절감 효과 기대는 무리수

은행권이 지점 재조정에 나섰다. 지점 신설과 폐쇄는 일상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좀 달라 보인다. 금융감독당국이 은행권의 수익성 개선을 위해 적자점포 구조조정을 강도높게 밀어부치고 있는 것. 하지만 현장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지점 구조조정과 함께 인력 구조조정이 함께 이뤄져야 비용 절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지만, 현재의 은행 경영여건이나 구조로는 사실상 무리이기 때문이다.

적자점포에 대한 정의도 은행과 금융감독당국 간에 미묘한 온도차가 있다. 통상 신설점포의 경우 손익분기점까지 3년이 걸린다. 이 때까지 손실은 기회비용 차원에서 감내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때문에 이번 금융감독당국의 적자점포 구조조정도 신설점포에 국한돼 있어 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은행권이 지점 통폐합에 주저하는 이유는 금융의 갖는‘공공성’때문이다. 특정 지역에 대체 금융기관이 없을 경우 손실이 나도 점포를 폐쇄하기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특히 전국 각지에 점포망을 갖추고 있는 NH농협은행의 경우, 점포 폐쇄에 따른 지역고객의 저항이 커 쉽사리 지점 구조조정에 나서기 쉽지 않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농협 특성상 단순히 수익만을 따질 수 없고, 지역에서 수행하는 역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점포를 정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부분 시중은행들은 금융감독원에 하반기 지점 구조조정 계획을 제출했다. 기업은행은 하반기 11개 지점을 통폐합키로 했다. 국민은행은 지난 7월 4개 점포를 구조조정한데 이어 8개를 추가적으로 정리할 계획. 하지만 상반기에 11개를 신설해 현재까지 오히려 점포수는 1개 늘었다. 외환은행도 하반기에 8개 점포를 정리할 계획이다.

문제는 지점 통폐합에도 불구, 인력감축은 고려치 않고 있다는데 있다. 은행권에서는 적자점포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긴 하지만 아직 인력감축이 필요할 만큼 경영상황이 나쁘지 않다는데 의견을 함께 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산업 자체의 하향세가 아니라 일시적 불황에 따른 긴축으로 봐야 한다”면서 “수익구조 개선 방향으로 가는 단계로 아직 인력감축 단계까지는 아니다”고 말했다.

지점 통폐합에 따른 인력조정은 인근 점포 재배치가 주류를 이룬다. 통상 지점 한곳당 인원은 대략 10명선 내외. 이번에 집중적으로 정리되는 지점은 3~4명 규모의 출장소가 대부분으로, 이 인력은 인근 점포로 대부분 흡수돼 인력감축 효과를 기대키 어렵다.

이 과정에서 지점장급의 경우 사실상 개인영업직인 조사역으로 발령내 실적에 따른 자연도태를 유도하고 있지만, 이에 따른 물갈이 폭은 전체 10%도 채 되지 않아 인원감축에 따른 실제적 효과를 기대하기는 무리라는 분석이다.

이처럼 금융감독당국의 의지와 달리 적자점포 및 인력감축에 따른 수익성 제고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은 은행 경영진들이 자사 노동조합의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인력감축 조짐만 보여도 조직적 움직임에 나설 만큼 인원 문제는 은행노조의 최대 현안이다.

인력 감원 없는 은행권은 하반기 신규채용 역시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대졸사원 68명을 배치한데 이어 고졸사원 130명에 대한 사전연수를 진행중이다. 올해 200명을 계획중인 KB국민은행은 상반기에 대졸 45명, 고졸 15명을 채용했다. 하반기 채용일정은 아직 미정이지만,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기업은행과 NH농협은행 등도 하반기 신규채용에 변동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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