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군과 경찰이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 지지 시위대를 무력진압하면서 아랍의 봄 이후 최악의 유혈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이집트 보건부는 15일(현지시간) 전국 곳곳에서 발생한 유혈충돌로 경찰 43명을 포함해 최소 638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부상자는 3994명에 달했으며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번 사태는 지난 2011년 1월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 축출 당시의 ‘아랍의 봄’ 혁명 이후 최악이다.
전날 군경이 펼친 해산작전으로 무르시 지지자들의 집결지였던 카이로의 라바광장과 나흐다 광장 등에서 특히 사망자가 많이 발생했다.
무력진압에 격분한 무르시 지지세력은 전국에서 정부 청사나 경찰서를 습격하거나 도로를 점거하고 기독교 교회를 불태우고 있다고 이집트 내무부는 전했다.
이집트 과도정부는 이날 정부 소유 건물과 경찰 병력이 공격받을 경우 실탄을 사용하도록 경찰에 지시했다. 무슬림형제단 등 시위대도 강경 대응을 선언해 사태는 더욱 악화할 조짐이다.
국제사회는 이집트 사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특별성명에서 “이집트 과도정부와 보안군이 민간인을 상대로 폭력을 휘두른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이집트 정부에 다음달로 예정된 정례 합동 군사훈련 취소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는 이날 이집트 여행경보를 발령하고 현지에 머물고 있는 자국민에 즉각 출국할 것을 권고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전날 성명에서 “이집트 당국이 시위대와 대화하는 대신 폭력을 택한 것은 유감”이라며 “이집트 국민 다수는 스스로 평화롭게 민주주의를 실현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이집트 정정불안은 상품시장에도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9월 인도분 가격은 이날 0.5% 오른 107.33달러로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