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멈추면 안된다”… ‘절전 전쟁’ 산업계 땀에 절었다

입력 2013-08-16 10:23 수정 2013-08-16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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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악의 전력난에 산업계 ‘불안불안’

올 들어 이례적인 폭염과 기나긴 장마기 갈길 바쁜 산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

사상 최악의 전력난이 이어지면서 산업 분야별로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마른 수건까지 짜내고 있다. 상반기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하반기 들어 공격적인 설비투자와 가동률 상승을 기대했지만 때아닌 폭염과 장마 탓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이를 대비해 전기전자와 자동차, 조선, 중공업, 석유화학 등 각 산업분야는 전력난 극복을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짜내는 등 총력전에 한창이다.

◇사상 최악의 전력난, 땀방울로 막는다= 상당부 산업분야는 조업 특성상 공장가동을 중단할 수 없다. 전등을 끄고 냉방을 중지하는 등 전력을 줄일 수 있는 분야는 모두 동참 중이지만 최악의 전력난을 임직원들의 땀방울로 막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6월부터 대대적인 절전 방안에 뛰어들었다. 향후 3년 간 1조5000억원을 투자해 소비전력의 20%를 감축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당장에 실내온도를 높이고 냉방 사용과 승강기 운행을 간헐적으로 줄였다. 냉방을 줄이면서 임직원 9만3000여명에게 쿨방석을 긴급 배포하기도 했다.

반도체 등 생산라인을 멈출 수 없는 사업장을 제외하고는 조업시간을 피크시간대 밖으로 옮겼다. 그리고 그 시간대에 설비 유지보수를 진행 중이다.

자동차 역시 어느 한 공정만 가동을 중단할 수 없다. 때문에 생산공정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절전에 나섰다. 현대차의 경우 냉방 축소와 피크타임 때 일부 승강기 운행 중지 등 전력난 극복을 위해 안간힘을 더하고 있다.

포스코는 포항과 광양제철소 소요전력을 자체발전으로 90% 이상 충당할 수 있다. 전사적으로 평상시 수요전기의 40%만 사용토록 했다. 현대제철은 전기를 사용하는 전기고로 13개 가운데 11개의 가동을 잠정 중단하는 등 조업일정을 조정했다.

◇조업시간 이동하고 자체 발전설비 가동= 조선·중공업은 특성상 작업 공정이 2~3년에 걸쳐 이뤄진다. 애당초 8월은 전력난을 감안해 공정을 짠다. 그러나 올해는 장마가 길었고 폭염도 예사롭지 않은 상황이다.

현대중공업은 전력경보 주의단계에 사업본부별로 순환정전을 시행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10월3일과 9일 공휴일을 8월에 앞당겨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7월 말부터 8월 초에 여름철 집중휴가를 실시하는 방안도 이 때문에 나온 아이디어다.

대우조선해양은 완공된 선박 2척의 발전기(4000㎾)를 가동하고 도장업무를 야간시간대로 바꾸는 등 힘을 보탰다.

SK에너지 울산공장은 사상 최악의 전력난이 겹치면서 이 시기에 가동을 중단하고 설비 점검에 돌입했다. 또 자가발전소의 발전용량을 확대하고 사무실 냉방 축소, 전등 소등 등을 통해 전력수요를 낮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러한 절전규제·산업체 조업조정으로 확보한 전력은 13일 기준 전력당국이 당초 예상한 것보다 100만kw를 넘어선 464만kW나 됐다.

◇이례적인 폭염과 장마 탓에 하반기 전략 차질= 재계 일각에서는 이러한 기후적인 요인으로 인해 기업이 피해를 받는 경우가 좀처럼 없었다는게 중론이다.

올 여름 장마는 예년보다 1주일 이상 길었다. 야외 작업이 많은 중공업의 경우 이 시기를 감안해 공정을 짰지만 당초 예상보다 길게 장마와 폭염이 이어지면서 조업일수가 그만큼 줄었다.

그러나 이같은 노력에도 산업별 절전관리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었다.

한전 측에 따르면 산업 수요별 절전 수급관리에 하루 평균 14억원이 소요된다고 밝혔다. 절전을 위해 자체 발전기와 발전소 등을 가동할 수는 있지만 이를 위해 예상치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 특히 이 같은 절전 수급관리 비용은 3분기 실적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상반기 실적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하반기 총력을 다해야할 상황에 폭염과 장마 등 기후적인 요인에 발목이 붙잡힌 재계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기후적 위험 요소는 여전히 남아있다. 8월 말부터 이어질 태풍과도 싸워야할 상황이다. 실내작업이 이어지는 분야는 별다른 타격이 없지만 야드(실외) 작업이 많은 중공업은 조업에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여기에 물류 분야의 경우 태풍 탓에 항만 등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남아있어 향후 기후 변화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중공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자체 발전소를 가동해 전력난에 대비할 경우 한전측에서 전기요금과 자가발전에서 발생하는 차익을 지원해주는 제도가 있다”고 말하면서도 “이 경우 발전 가동에 따른 지원만 있을 뿐, 전체적인 큰 그림에서 발생하는 손실은 3분기 영업이익에 일부 반영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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