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은 1998년 故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이 북한과 합의를 끌어내며 시작된 이래 10년 만인 2008년 7월 11일 관광객 박왕자씨가 북한군 초병이 쏜 총에 맞아 숨지면서 지금까지 중단됐다.
북한의 이번 제안은 이산가족 회담을 매개로 금강산 관광문제까지 한꺼번에 풀어보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이산가족 상봉 실무회담 장소를 금강산으로 요구한 것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발이 묶인 금강산 관광이 재개될 경우 ‘천지개벽’이라며 자랑해 온 마식령 스키장과 원산특구 등이 탄력을 받게 된다는 점도 북한의 노림수다.
북한의 속셈을 떠나 금강산 관광 사업 중단으로 지난 7월 말 기준으로 5456억여원에 달하는 누적손실을 보고 있는 현대아산 측은 즉각적인 환영의 뜻을 밝혔다.
현대아산 측 관계자는 “이번 실무회담을 통해 5년간 중단된 금강산 관광이 하루속히 재개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그러나 “수용여부를 추후에 밝히겠다”며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산가족 실무접촉만 수용하고 금강산 회담을 거부할 경우 북한이 지난달 초처럼 두 회담을 모두 보류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남북 간 실무회담을 수용하더라도 최종 합의에 이르기까진 대내외적 부담요인이 적지 않다. 우선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계속되고 있고, 금강산 관광의 수익금이 핵개발로 전용됐다는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기에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국민의 정서를 고려해 박왕자씨 피살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관철시켜야 하는 상황이지만 북한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북한이 이미 관광객 피살 재발방지 문제와 신변안전 문제, 재산 문제 등에 대한 협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전했음에도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이르면 19일 금강산 관광 회담 여부에 대한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부가 북한의 제의를 받아들이더라도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회담 시기는 이상가족 상봉회담 이후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