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은행 적자점포 정리 과연 정답일까 - 김희준 금융부 기자

입력 2013-08-19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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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마련한 점포를 영업실적 잣대만으로 통폐합하는 것은 장기적 시각이 아니다.”

금감원의 적자점포 정리 계획에 대한 실적 악화 은행 직원의 항변이다.

최근 은행들은 금융감독원에 연내 80개, 내년 상반기 120개의 적자·저생산 점포 정리계획을 제출했다. 지난달 최수현 원장은 금융지주사들에 “적자점포 정리, 비용 축소로 금융사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처럼 은행의 적자점포 정리 계획은 사실상 금융당국의 요구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무엇보다 적자점포 정리는 은행권의 수익 감소 우려가 확대되면서 금융당국이‘면책용’으로 추진하는 것이라는 금융권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은행권은 대내외적 영업환경 악화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점포 몇 개 정리한다고 해서 은행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는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실제로 점포 유지비용의 대부분이 인건비지만 기업에 고용 안정을 주문하고 있는 정부 입장에서 인력 구조조정을 요구할 수도 없다. 따라서 은행 점포정리 요구는 앞뒤가 안 맞는 비현실적 대책이란 지적이다.

또 점포 축소로 인한 잉여인력의 재배치와 이로 인한 고용 불안으로 생산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잉여인력의 일부는 타 점포로 흡수되겠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인력을 감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점포 축소는 필연적으로 거래 고객의 불편을 야기하고 고객 이탈은 결국 수익 악화로 이어진다는 점도 간과됐다.

점포 수익성을 따진다면 중소기업 전담 점포와 고액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한 프라이빗뱅크(PB) 점포가 가장 먼저 정리될 가능성이 높지만 이는 결국 장기적 우량고객을 놓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금융당국은 단편적 수익성 제고 정책보다 근본적이고 중장기적 시각으로 정책을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한 은행 점포 축소안 같은 정책은 수익 개선에 가장 민감한 은행에 자율적으로 맡기는 편이 바람직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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