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무버]이상진 신영자산운용 대표“저성장 패러다임…알뜰형 가치株 옥석 가릴 것”

입력 2013-08-20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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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거시지표 변화엔 우려…고수익 투자자산 접근 신중히”

신영자산운용은 ‘가치투자의 명가’란 이름으로 투자자들에게 더 익숙하다. 가치투자의 명가에서 17년째 한 우물을 판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대표도 가치투자 경영 일관성을 지키는 데 주력해왔다.

그동안 부침도 심했지만 신영자산운용의 대표주식형 ‘신영밸류고배당주식형’은 올 상반기 국내 주식형 유형 가운데 14%의 성과를 기록, 당당히 최우수 성과 펀드로 이름을 올렸다.

수탁고 측면에서도 지난 12일 기준 수탁고 1조원이 넘는 공룡펀드로 성장했다. 대표펀드인 신영마라톤펀드 역시 2003년 설정 이후 무려 400%가 넘는 누적 수익률을 기록한 것. 이처럼 놀라운 성과는 가치투자라는 밑바탕에 정도경영과 인재를 중시하는 조직문화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 대표는 “출범 이후 17년간 장기투자와 가치투자를 추구한 결과 이제는 고객과 판매사들에 길게 가는 회사라는 인식이 높아졌다”며 “그동안 시장과 투자자들에게 장기투자, 가치투자의 명가라는 이미지를 고착시킨 점이 가장 뿌듯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성장주가 가치주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에 본래 추구하는 가치주의 개념은 지키면서 투자 유망한 가치주 발굴에 매진하겠다는 각오다.

이 대표는 “가치주가 그동안 많이 오르면서 앞으로 성장주와 가치주에 대한 개념이 모호해질 것”이라며 “이는 국내 경제성장률이 3% 미만으로 낮아지면서 기업들이 성장보다는 알뜰형 기업구조로 변화해 점차 가치형으로 변화하는 중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신영자산운용 역시 과거 가치주에 너무 얽매이지 않고, 상장기업 중 가치형 기업으로 전환하는 기업 가운데 옥석을 가리겠다는 얘기다.

가치투자의 명가라는 타이틀에만 안주하지 않고, 변화하는 패러다임에 맞춰 전진하는 신영자산운용의 비전을 이투데이가 들어봤다.

◇ 펀드시장 내 근속연수 최장수, 매니저 50%는 ‘여풍’

올 상반기 국내 주식형 가운데 가장 우수한 성과를 기록한 ‘신영밸류고배당증권(주식형)’펀드는 최근 배당주펀드 중 첫 설정액 1조원을 달성했다.

배당주펀드 중 당당히 1조원 공룡펀드로 이름을 올린 데는 역시 10년 동안 꾸준히 안정적인 수익률을 달성한 점이 주효했다.

이 펀드의 최근 1년 누적 수익률은 30%를 웃돈다. 이는 배당형뿐만 아니라 전체 주식형펀드를 통틀어도 최상위 성적이다.

올 들어서는 변액보험과 사모펀드 등 기관자금 유치도 크게 늘었다. 잇단 악재로 펀드시장이 환매 몸살을 앓고 있지만 올초 이후 주식, 혼합형 등 전체 펀드 유형 자금이 총 2조7000억원 증가한 것.

우수한 성과 배경과 관련해 이 대표는 “일관되게 지켜온 가치투자 운용 원칙과 더불어 펀드매니저의 근속연수가 업계 내 가장 높고, 이직률도 낮다”며 “무엇보다 오너가 장기투자 신념을 갖고 3년 이상의 펀드 성과를 기다려 주는 문화가 결국 배당주, 가치주펀드의 명가로 자리 잡은 원동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신영자산운용은 창립 멤버인 이 대표와 함께 주식운용 총괄 허남권 전무, 나찬권 리스크관리담당 전무가 17년 동안 한결같이 펀드를 운용, 관리해왔다. 펀드를 운용하는 고참급 펀드 매니저들의 평균 근속연수도 10년 이상을 웃돈다. 결국 한결같은 투자철학을 공유하는 맨파워와 팀워크는 국내 가치주 펀드의 역사를 새로 쓰는 신화를 만들었다.

통상 단기 성과에 급급한 국내 펀드문화 정서상 끈기 있게 3년 이상 5년 성과를 보고 직원을 평가하는 대주주의 신념도 매우 중요하다는 견해다.

이 밖에 신영자산운용의 특징 중 하나는 바로 여성 펀드매니저들이 과반을 차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신영밸류고배당펀드를 운용하는 박인희 팀장과 국민연금 일임자산을 관리, 운용하는 원주영 팀장을 비롯해 총 14명의 펀드매니저 중 7명이 여성이다.

이 대표는 “여성 매니저들은 차분하고 집중력이 높아 펀드를 운용하는 데 흔들림이 없고, 남성 매니저보다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는 데 뛰어나다”며 “본인의 스트레스를 잘 관리할 수만 있다면 여성들에게 펀드매니저는 매우 적합한 직업”이라고 말했다.

◇ 中 지표 변화 신중히…과거처럼 화끈한 고수익 장세 힘들 듯

가치주 펀드의 명가 수장이 바라보는 하반기 장세 전망은 어떨까. 이 대표는 “올 하반기는 코스피 2000포인트선 박스권을 보이고, 경기도 하향 안정화 추세를 보여 화끈한 상승장은 어려울 것”이라며 “운용 전략 역시 현재 금리보다 다소 안정적 수준으로 운용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3% 안팎으로 낮아진 저성장 기조에 따라 삼성전자 등 상장기업들도 알뜰형 기업구조로 변화함에 따라 가치주 투자 대상도 지속적으로 발굴·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새로운 투자 종목을 발굴하면서 여전히 주식 비중은 95% 수준으로 높게 가져갈 것”이라며 “시장은 2000포인트선에 진입해도 시장 상승과 무관하게 안정적 상승을 지속하는 버텀업( Bottom Up :시장 흐름과 무관하게 개별 기업 가치를 분석)전략으로 주식비중을 높여 운용하겠다”고 덧붙였다.

향후 가장 주목해야 할 변수로는 중국 거시지표를 손꼽았다. 현재 그가 가장 중요시하는 지표 역시 국내 금리와 원·엔 환율, 그리고 바로 중국 거시지표다.

이 대표는 현재 중국 거시지표가 상당히 우려스럽다며 신중한 반응을 나타냈다. 최근 골드만삭스도 ‘중국 신용 우려’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중국의 금융위기가 임박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중국은 시진핑 체제 이후 한 차례 구조조정을 거칠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그에 따른 변동성에도 대비해야 된다”며 “특히 국내 증시는 중국의 경기에 상당히 밀접하게 연결됐기 때문에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지원 중인 중기, 벤처 코넥스 시장 활성화에 대해서도 간접적으로 중소형, 가치주에 수혜가 미칠 수 있다는 생각이다.

한편 이 대표는 투자자들에게 “금리 이상의 수익률을 제공하는 투자자산에 대해서는 항상 신중히 접근하라”고 재차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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