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지역농업에 맛과 멋 더할 향토음식- 전혜경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장

입력 2013-08-22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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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전’의 저자 허균이 조선 최초의 요리칼럼서 ‘도문대작(屠門大嚼)’을 썼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타고난 미식가였던 허균은 전국을 다니며 강릉의 방풍죽 등 자신이 맛봤던 향토음식들을 특유의 재치와 버무려 ‘도문대작’에 남겼다.

향토음식은 그 지역에서 내려오는 대표적 음식이자 지역주민들이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식문화의 산물, 그리고 타지 사람들이 그 지역에 가면 꼭 찾아 먹게 되는 별미를 말한다. 또한 그 지역의 자연환경과 생활양상을 대변하는 음식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서울의 조랭이떡국, 강화 순무김치, 정선 곤드레나물밥, 서산 게국지, 전주 비빔밥, 여수 갓김치, 통영 충무김밥, 하동 재첩국, 부산 밀면, 제주 갈치조림 등등. 우리나라에는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향토음식이 있다. 지역·계절에 따라 선보이는 각기 다른 싱싱한 농특산물을 지역 특유의 손맛과 정성으로 잘 버무려 향토 별미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향토음식이 있기에 지역은 농특산물을 이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사람들에게 지역 식문화를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그 지역을 찾는 여행자는 지역의 맛과 멋이 은은하게 녹아 있는 향토음식을 통해 그 지역만의 독특한 문화를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이제 향토음식은 농업과 농촌에 활력을 더해줄 아이템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최근 농업·농촌의 6차 산업화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여기서 6차란 지역 농특산물 생산(1차 산업)을 바탕으로 가공·제조(2차 산업)와 서비스·판매·음식·관광문화(3차 산업)를 더한 ‘6’이 아니라 곱해서 나온 ‘6’의 개념이다. 단순히 농특산물을 판매하는 것으로는 농가소득 증대는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에 한계가 있으니, 농업·농촌이 갖고 있는 유·무형의 자원에 창조적 아이디어와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을 만들자는 것이다.

그 지역 풍토를 여실히 보여주는 농특산물(1차)을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조리법(2차)으로 지역 문화와 곁들여 서비스(3차)하는 향토음식이야말로 6차 산업화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향토음식을 재조명하고 하나의 산업으로 발전시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때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함을 조사·발굴해 체계적으로 데이터베이스(DB)화하고 보존·발전시켜 나가려는 지속적인 노력이다. 이렇게 축적된 자료를 유용한 정보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필요한 곳에 제공하고 국내외에 홍보하는 동시에 지역문화·농업과 연계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과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지금도 여러 지역에서 향토음식을 지역 이미지가 담긴 관광 상품으로 키우기 위해 향토음식에 대해 정보를 제공하고 홍보하는 등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농촌진흥청에서도 몇 차례에 걸쳐 전국의 향토음식을 조사 발굴하고 검증해 정보를 제공했으며, 최근에는 대대손손 전해져 온 지역 종가음식을 체계적으로 발굴하고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농림축산식품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업무협정(MOU)을 체결, 종가음식을 관광 상품화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런 일련의 노력들이 단편적인 홍보나 행사로 그쳐서는 좋은 성과를 얻기 어렵다. 다른 분야와의 연계를 통해 다각적·통합적인 시각으로 보다 체계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가까운 미래에 그 성과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음식은 다른 나라나 도시에 갔을 때 가장 빠르고 쉽게 그곳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요소다. 특히 그 지역의 풍토와 역사, 지역 주민들의 정서가 오랜 세월 은은하게 녹아들어 만들어진 향토음식은 단순히 배를 채워주는 먹을거리가 아닌 오감과 감성을 자극하는 체험거리다. 무엇보다 향토음식은 지역만의 고유성, 문화, 다양한 이야기가 있어 지역산업 발전의 좋은 소재인 동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업과 농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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