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금융열차' 어디를 달리고 있나 - 김덕헌 금융부장

입력 2013-08-22 11:06 수정 2013-08-25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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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가 화제가 되고 있다. 개봉 19일 만에 무려 800만명이 이 영화를 보았다고 한다. 대중의 관심을 끌다 보니, 코미디·만화 등 각종 패러디까지 나돌아 웃음을 자아나게 한다.

영화에 대한 평가와 해석은 개인의 몫이지만, 설국열차의 흥행 배경에는 요즘 세태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설국열차가 설정한 지구온난화, 기상이변, 빙하기, 계층간 불평등과 갈등, 계급투쟁 등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현실 문제이기 때문이다.

요즘 금융권을 보면 영화 설국열차가 설정한 갈등구조와 유사한 부분이 적지 않다. 지난해부터 급속하게 위축되고 있는 금융권 경영실적을 보면, 빙하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1년 11개 지주사는 12조90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12개 지주사로 늘었지만 순이익 규모는 도리어 3조원 이상 감소했다. 올 상반기에도 KB, 우리, 하나 등 주요 지주사 순이익이 반 토막 났다. 1조원을 굴려 200억원의 수익도 못 낸다고 한다.

실적 악화는 보험, 신용카드,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2금융권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즉시연금 등 영향으로 보험사 자산은 늘었지만, 저금리에 자산운용 수익률은 하락해 상당수 보험사들의 순이익이 감소했다.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능력을 알 수 있는 RBC비율도 307.8%로 7.8%포인트나 하락했다.

카드사 경영실적도 점점 악화되고 있다. 1분기 7개 카드사 순이익은 4622억원으로 전년보다 절반 가까이 감소했고, 연체율은 2.1%까지 치솟았다. 특히 2분기 카드결제액 증가율은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저축은행은 지난 3년간 부실회사를 대거 정리하는 구조조정 작업을 벌였지만 2011회기년도 1조6600억원 적자에 이어 2012회기년도 88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더 큰 문제는 저축은행의 자산이 계속 감소하는 등 시름시름 고사(枯死)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의 빙하기는 국내외 상황을 고려할 때 단기간 내 끝날 거 같지 않다. 금융권 전체가 수익 감소와 건전성 악화의 어려움을 겪는 원인에는 글로벌경제 불안, 가계부채 심화, 부동산시장 침체, 대기업 부실화 등의 요인도 있지만 금융당국의 과도한 영업규제도 문제다.

지난해 부터 시작된 서민금융 강화와 중소기업 지원 정책으로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수익 실현을 최우선으로 하는 민간 금융회사에 새희망홀씨, 햇살론, 보금자리론, 적격대출, 중소기업대출 등 공익성 높은 금융지원을 요구함으로써 금융회사의 영업기반이 무너졌다.

물론 서민과 중소기업 등 사회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금융회사의 약탈적 영업행위를 바로 잡은 것은 금융당국의 당연한 책무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금융회사의 사회적 책임이 더 강조되면서 수익성이 악화되고 대외내적인 영업환경 악화로 건전성마저 악화돼 시장이 위축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결국 금융회사는 수요가 없어 대출해 줄 곳이 없고, 연체 우려에 대출해 줄 수도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설국열차 앞 칸의 지배층과 꼬리 칸의 피지배층 갈등 원인이 불평등과 소통부족 이었던 것 처럼 금융권 역시 소통부족이 심각하다. 금융당국과 금융회사간, 금융회사와 소비자간 소통 부족으로 불만과 분쟁이 늘고 있다. 금융당국도, 금융회사도 소통 하고 있다고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다.

정부는 시장을 지배하려 하기보다 잘 작동될 수 있도록 도와는 주는‘지원자’가 돼야 한다. 설국열차의 지배자 월포드가 앞칸과 꼬리 칸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게 했다면 커티스의 반란은 없었을 것이다.

지금 금융열차는 시장을 지배하려는 금융당국의 관치에 불만이 쌓여가고 있다. 금융열차가 따뜻한 봄이 온 정류장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지배자가 아닌 지원자, 후원자가 돼 합리적 규칙하에 금융회사들이 마음껏 영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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