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둥성 지난시 중급인민법원이 22일(현지시간) 뇌물 수수·공금 횡령·직권 남용 혐의로 기소된 보시라이 전 중국 충칭시 당 서기 겸 정치국원의 재판 심리를 시작했다.
이번 재판은 중국의 5세대 지도부 출범 이후 최고위직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는 점에서 시진핑 체제의 반부패 의지를 엿볼 수 있는 시험대로 주목받고 있다.
공소장에 따르면 보시라이는 다롄스더그룹 이사장 쉬밍과 다롄국제발전공사 총경리 탕샤오린으로부터 2179만 위안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랴오닝성 당 서기 시절에는 공금 500만 위안을 횡령한 혐의다. 총 비리 금액은 2679만 위안(약 49억원)이다.
직권 남용 혐의는 주로 구카이라이의 영국인 독살 사건을 은폐한 부분과 관련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시 중급인민법원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보시라이의 행위는 왕리쥔의 반역도주 사건(미국 총영사관 망명 기도 사건)의 중요 원인이 됐다”고 밝혔다.
이는 왕리쥔의 미국 망명 기도 사건과 관련해 보시라이에게도 형사적 책임을 물을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날 재판은 이례적으로 인터넷으로 실제 법정 상황이 실시간으로 전해졌다.
법원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 계정을 통해 문자 중계 형식으로 재판의 전체적인 진행 상황과 피고인·검사·재판장의 주요 발언을 상세히 전했다.
법정에 선 보시라이의 사진도 여러 장 공개됐다. 보시라이가 낙마하고 나서 모습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시라이는 첫날 재판부터 모든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거센 법정 공방을 벌였다.
보시라이는 탕샤오린으로부터는 아예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쉬밍이 아내 구카이라이 등 가족에게 금품을 준 것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판부에 “법관들이 우리나라의 법률 절차에 따라 이번 문제를 합리적·공정하게 심판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보시라이의 이런 태도는 자신이 부패 인사가 아니라 정치적 투쟁의 희생양임을 부각시키려는 전략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뇌물 수수 혐의 부분의 심리는 이날 종료됐다. 이에 따라 이번 재판 심리는 23일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심리가 종결되면 재판부는 추후 선고 기일을 발표할 계획이다.
주요 관심 대상인 형량을 놓고 15년 안팎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보시라이가 주요 혐의를 부인하면서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중국에서 당 수뇌부인 정치국원이 부패 문제로 낙마해 재판을 받은 것은 2008년 상하이 당 서기 천량위 이후 5년 만이다.
그러나 보시라이는 중국공산당 8대 혁명 원로인 보이보 전 부총리의 아들인데다 태자당의 선두 주자로 5세대 지도부 진입을 노렸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그의 재판이 갖는 무게는 천량위 때와는 사뭇 다르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일각에서는 이번 재판이 문화대혁명 말기 4인방 단죄 이후 최대의 정치적 재판이라고 규정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