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4년에 세계적인 색소폰연주자 케니G가 국내 한 기업의 광고 모델로 등장했다. 당시는 한국을 찾는 해외 유명인사들의 발길이 지금보다 뜸했던 시기여서 케니G의 국내 CF 출연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같은 스타 마케팅으로 소비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곳이 바로 오디오비디오(AV) 전문업체 ‘인켈’이다. 오디오 시장의 침체로 한때 큰 시련을 겪었지만 35년 전통의 인켈은 최근 들어 오디오와 디스플레이 및 통신기기를 중심으로 한 전자기기 전문업체로 변신, 재도약에 나섰다.
◇통신디스플레이 매출 강화…‘홈네트워크 허브’ 내년말 상품화 = 오디오 사업에서 통신과 디스플레이로 변화한 인켈의 중심에는 김상중 대표가 있다.
김 대표는 인켈의 신사업으로 통신과 디스플레이 솔루션을 택했다.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오디오 분야보다 통신과 디스플레이 솔루션 사업을 강화해 다양성을 갖추겠다는 취지다. 기술력은 있으나 사업화에 소극적이었던 통신과 디스플레이 분야를 되살려 국내 소비자들에게 다시 어필할 수 있는 기업으로 거듭나는 것은 물론, 해외시장도 확대하겠다는 포부다.
인켈은 통신분야에서 현재 인터넷전화(VoIP)와 도킹스피커를 개발해 LG유플러스에 공급하고 있다. 오디오와 통신을 융합해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십분 발휘한 것. 올 들어 LG유플러스와의 거래 규모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30~40% 늘어났다.
여기에 비디오 기술력을 도입한 산업용 디스플레이 사업도 성장 속도를 가파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산업용 디스플레이는 은행 ATM 등과 같은 다양한 기기에 적용이 가능하다.
특히 열 손가락으로 동시 터치가 가능한 ‘텐(10) 포인트 멀티터치’ 기술이 제품의 가치를 끌어올렸다. 산업용 디스플레이 분야 매출은 작년 700만 달러에서 올해 2000만 달러로 3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디오, 통신, 디스플레이 등 ‘3박자’를 갖춘 인켈은 내년 말 ‘홈네트워크 허브’ 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일부 선진국에서 이미 도입하고 있는 홈네트워크 허브는 중앙 셋톱박스를 통해 집안에 있는 TV, 냉장고, 오디오 등 모든 전자기기를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오디오 시장의 침체로 내수시장에서 입지가 좁아졌던 인켈이 다시 한 번 국내 소비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해외시장의 경우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에서 홈네트워크 허브 시스템의 수요가 커 해당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홈네트워크 허브까지 성공할 경우 인켈은 오디오, 디스플레이, 통신사업 비율을 내년 ‘7 대 1.5 대 1.5’로, 2015년에는 ‘6 대 2 대 2’로 가져갈 계획이다. 궁극적으로 오디오 사업 비중을 50% 이하로 줄이면서 통신, 디스플레이 사업과 균형을 이루겠다는 목표다.
김 대표는 “통신은 현재 100% 내수인데, 앞으로 멕시코에 수출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전자전문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올해 말을 기점으로 ‘인켈은 오디오 회사’라는 말을 더 이상 듣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소재 사업 ‘그래핀’에도 도전… 2015년 매출 4000억원 = 인켈은 사업 다각화에 힘 입어 오는 2015년에 매출 4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인켈은 지난해 2648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2800억원을 사업 목표로 설정했다.
김상중 대표는 인켈의 주요 시장인 선진국, 중진국의 경제 동향을 살피면서 위기관리에 나설 방침이다.
김 대표는 “인켈 제품이 소비되는 지역을 살펴보면 어느 정도 산업화가 된 나라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인켈이 지향하는 시장은 기존 마켓인 유럽, 미국과 신흥 중진국이기 때문에 이들 지역의 경제흐름을 지속적으로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인켈은 신소재 사업인 ‘그래핀(Graphene)’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탄소 동소체(同素體)인 그래핀은 탄소나노튜브, 풀러린(Fullerene)처럼 원자번호 6번인 탄소로 구성된 나노물질이다. 구부릴 수 있는 디스플레이나 전자종이, 착용식 컴퓨터(Wearable Computer) 등을 만들 수 있는 전자정보 산업분야의 미래 신소재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