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산둥성 지난시 중급인민법원에서 26일(현지시간) 보시라이 전 충칭시 서기에 대한 재판이 닷새째 이어졌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중국 당 고위층의 형사재판이 닷새 넘게 이어진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재판부는 전날까지 나흘간 뇌물수수와 공금횡령 직권남용 등 보시라이의 혐의에 관한 증거를 검증했다. 이 절차는 본격적인 변론 단계가 아니라 검찰과 피고 측이 제시한 각종 증거와 증언의 진실성 여부를 가리는 성격이 강했다.
이날부터 검찰과 변호인 측은 보시라이의 유무죄를 놓고 치열한 법리논쟁을 펼칠 전망이다.
보시라이는 이전 재판에서 자신에게 적용된 모든 혐의를 부인하는 등 검찰과 전면적으로 대립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아내인 구카이라이가 뇌물수수 사실을 인정하는 동영상 증언이 공개되자 보시라이는 “아내가 미쳤으며 수시로 거짓말을 한다”고 비난했다.
또 자신의 심복이었으나 몰락의 계기를 제공한 왕리쥔 전 충칭시 공안국장이 “구카이라이의 영국인 사업가 닐 헤이우드 독살 사건을 보시라이가 은폐하려 했다”고 증언하자 “그는 항상 거짓말을 하기 때문에 증언의 신뢰성에 의심이 간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이번 재판은 보시라이의 정치적 노련함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당초 전문가들은 전례를 감안해 재판이 이틀 안에 끝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보시라이는 계속 전투적 자세를 유지해 증거 조사 등에 시간이 걸리게 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보시라이 재판을 통해 체제의 안정성을 굳히려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의지도 만만치 않다.
중국 지도부는 이례적으로 이번 재판을 매일 웨이보 등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재판 과정 중에 공산당 지도부의 호화스런 생활과 부정부패도 적나라하게 공개되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시 주석은 올 초 부정부패 척결을 내세우면서 “호랑이(고위층)와 파리(말단)를 같이 잡겠다”고 공언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시라이가 체포돼 모든 직책을 잃은 지 18개월이나 지난 지금 재판을 연 것은 시 주석이 개혁과 부정부패 척결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얻고자 ‘죽은 호랑이(보시라이)’의 가죽을 보여줄 필요를 느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