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역 배우들이 선보이는 일명 ‘명품연기’는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아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작품의 인기몰이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6세 꼬맹이가 맛깔나는 사투리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하는가 하면 아버지와 헤어져야 하는 장면에서 폭풍 오열로 관객들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기도 한다.
특히 극을 이끌어 나가는 주인공으로 등장해 부성애 혹은 모성애를 자극하기도 한다. 시청자와 관객들을 울고 웃게 한 아역 스타는 누가 있을까.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7번방의 선물’의 일등공신 갈소원(7세)은 아빠 역할의 류승룡과 함께 영화의 성공을 이끌어냈다. 이후 SBS ‘출생의 비밀’에 캐스팅돼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와 눈물 연기로 시청자들을 들었다 놨다 했다.
김유정(15세)은 드라마와 영화는 물론 뮤지컬, 뮤직비디오, 패션쇼, 다큐멘터리(내레이션) 등에 출연, 여러 방면에서 다재다능한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영화 ‘DMZ, 비무장지대’로 데뷔한 김유정은 이후 MBC ‘동이’에서 한효주 아역으로 등장해 인기를 끌었다.
이후 김유정은 ‘해를 품은 달’에서 청순하고 조신한 허연우의 모습을, ‘메이퀸’에서는 긍정적이고 밝지만 다소 억센 천해주의 모습을 잘 표현해 2012년 MBC ‘연기대상’ 아역상을 수상했다.
최근 영화 ‘감기’에 수애의 딸로 출연한 박찬민 아나운서의 셋째 딸 민하(6세)는 아직 글을 읽지 못하지만 엄마가 읽어주는 대사를 기억해 작품에 임하는 등 연기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보였다.
영화 ‘마음이’(2006)로 연기에 데뷔한 김향기(13세)는 지난 1일 종영한 MBC ‘여왕의 교실’에서 왕따 연기, 학업·이성 문제 등 우리나라 학교 현실을 잘 그려낸 덕에 ‘학교 폭력 예방 및 근절 홍보대사’가 됐다.
이 밖에 천보근(11세), 김새론(13세), 진지희(14세), 서지희(15세), 이영유(15세), 여진구(16세), 남지현(18세) 등이 시청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아역 배우로 데뷔해 자신의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 가며 성인 연기자로 거듭난 일명 ‘잘 자란 아역스타’는 누구일까. 안성기, 강수연, 김혜수, 이민우, 장서희, 김민정, 유승호, 김수현, 장근석, 문근영, 이현우 등이 대표적이다.
아역 배우가 성인 연기자로 발돋움하는 과정은 꽤 고통스럽다. 아역 배우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기 위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것. 안성기는 1957년 김기영 감독의 ‘황혼열차’로 5세 되던 해부터 연기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모정’(1958), ‘10대의 반항’(1959) 등 다수의 영화에 출연하며 활발히 활동했지만, 고등학교 진학과 동시에 배우의 길을 접었다. 긴 공백기를 가진 안성기는 1977년 ‘병사와 아가씨들’을 통해 성인 연기자로 컴백했다.
문근영은 1997년 ‘TV는 사랑을 싣고’에 재연배우로 출연하며 아역 배우로 연기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꾸준한 연기 활동을 통해 ‘국민 여동생’ 이미지를 벗고 다양한 이미지 확장을 시도, 여배우 문근영으로 거듭났다.
반면 성인 연기자로 성장하지 못하고 힘겨운 길을 걷는 아역 배우들도 존재한다. SBS 시트콤 ‘순풍산부인과’에서 미달이 역으로 큰 사랑을 받았던 김성은은 우울증 때문에 힘들었던 과거를 털어놨다.
김성은은 “‘미달이’라는 고정관념으로 나를 보는 사람들 때문에 우울증과 자살 충동을 느꼈다”고 힘든 사춘기 시절을 고백했다. MBC ‘전원일기’에 출연한 양모씨는 호스트바에 출입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그는 사기혐의로 지명수배를 받기도 했다. 아역 배우 H양은 동급생을 집단폭행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