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역스타 ‘빛과 그림자’]별을 쫓는 아이들

입력 2013-08-3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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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될래요” 초등 지망생 ‘인산인해’ 이른성공 도취말아야 ‘진짜 아이dol’

#1. 올초 한 아역배우 출신 연예인의 안타까운 사망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일부 매체는 MBC ‘한지붕 세가족’(1986~1994년 방송)에서 아역 병태로 출연해 눈길을 끌었던 정명현이 2011년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아역스타 정명현은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인기를 얻었으나 1993년 본드를 흡입하고 가정집에 들어가 절도를 한 혐의로 구속된 뒤 대중의 시선에서 사라졌다.

#2. 요즘 시청자와 만나고 있는 MBC ‘불의 화신 정이’에서 타이틀롤을 맡은 문근영 연기가 빛난다. 문근영은 1999년 영화 ‘길 위에서’ 아역 연기자로 출발해 ‘가을동화’ ‘명성황후’등에서 열연을 펼쳐 최고의 아역 스타로 떠올랐다. 성인 연기자로서도 성공해 스타로 부상했을뿐만 아니라 기부 등 사랑나눔의 아이콘으로 찬사를 받고 있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아역 연기자 출신 연예인에 대한 상반된 풍경이다. 요즘 드라마와 영화에서 아역 연기자들이 맹활약하고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연예인이 선망직업 1순위로 떠오르면서 유아와 초등생 연기자 지망생이 폭증했다. 영화나 드라마 아역 오디션장은 어머니 손을 잡고 온 아역 배우와 지망생으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연기 학원에는 유아부터 초중고생 등 미성년자 연기자 지망생들 모습을 쉽게 만날 수 있다. 티아이 엔터테인먼트 박영식대표는 “연기학원을 운영하고 있는데 학원생 600~700명이 아역 연기자 지망생이다”고 말했다.

MBC 사극 ‘불의 화신 정이’ 에서부터 KBS 일일극 ‘지성이면 감천’, SBS 주말극 ‘결혼의 여신’, KBS 미니시리즈 ‘굿닥터’에 이르기까지 KBS, MBC, SBS 방송 3사가 방송하고 있는 30여개 드라마 대부분에 아역 연기자들이 출연하고 있다.

갈소원 김향기 김유정 김소현 여진구 남지현 박지빈 박민하 등 성인 연기자의 인기를 능가하는 아역 스타가 속속 등장하고 영화와 드라마에서 아역 비중과 출연자수가 급증하고 있다. 반면 일부 아역 연기자들의 범죄, 비행 등 문제도 크게 늘고 있다. 아역 출신 연기자중 성인 연기자로의 전환에 어려움을 겪어 대중의 시선에서 사라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과속스캔들’의 왕석현, ‘7번방의 선물’의 갈소원, ‘감기’의 박민하, ‘해를 품은달’의 김유정 ‘여왕의 교실’ 김향기 등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화려하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아역 스타도 적지 않지만 대중의 외면을 받는 아역 연기자가 훨씬 더 많다.

상당수 아역 연기자들은 캐릭터의 문제부터 연예활동으로 인한 학습과 인성교육의 부재, 사회화 훈련의 기회상실 등으로 연기자로서 그리고 사회인으로서 남다른 고통을 겪고 있다. “미달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칼로 찌르고 싶었다. 미달이라는 이미지로 인해 우울증 자살충동까지 느꼈다.” 시트콤 ‘순풍산부인과’(1998~2000년 방송)의 아역 스타 김성은의 말이다. 김성은 뿐만 아니다. 수많은 아역 배우들이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1983~1984년 방송된 MBC ‘간난이’ 에서 아역 영구로 나와 선풍적인 관심을 모았던 김수용은 “어떤 드라마, 뮤지컬, 영화에 나가도 영구의 연장선상에서 사람들이 봐 죽고 싶었다. ‘영구’는 늙어 죽을 때까지 따라다닐 것 같다”고 힘든 심정을 토로했다.

지난 2008년 경기 부천에선 아역스타 H양(14)이 같은 반 여학생 2명을 3시간 가량 폭행해 사회문제로 비화되는 등 일부 아역 연기자들의 행태도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이처럼 아역 연기자들이 많은 고통을 당하고 있지만 아역 배우들의 열악한 환경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처럼 촬영을 하거나 연예활동을 할 때 교사를 현장에 파견해 지도하게 하는 학습권 보장 등을 법적으로 보호하는 것을 비롯해 어린 연예인들을 보호하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우리의 경우, 아역 연기자 보호장치는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역 배우나 부모들 상당수가 아이들의 심성과 인성교육에 신경을 쓰기 보다는 연예인으로서 성공을 위한 테크닉 교육에만 열을 올린다. 이 때문에 사회부적응 등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는 아역 연기자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나 문화부가 마련한 표준계약서에는 미성년자 출연자의 경우 방송사 등이 신체적 정신적 건강 및 학습권 수면권 등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는 조항이 있으나 이것은 강제조항이 아니라 권고사항으로 실효성이 크게 떨어진다.

아역 출신 성인 연기자 역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안성기, 강수연, 손창민부터 장서희 양동근 문근영 장근석 신세경 유승호에 이르기까지 아역 출신으로 스타로 부상한 연기자들이 적지 않지만 성인 연기자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연예계를 떠나는 아역 출신 연기자들이 훨씬 많다. 아역 이미지가 강렬하게 각인돼 캐릭터와 작품 제한 등으로 성인 연기자로의 전환이 일반 연기자에 비해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정명현처럼 아역 출신 연기자중 연예계를 떠나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아역 연기자들의 학습권 보장부터 인성교육, 근로권 보장에 이르기까지 법적, 제도적 보완작업과 함께 부모, 연예기획사, 아역 배우들의 자세가 달라져야 대중문화의 주역인 아역스타들이 건강해질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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