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A상장사 대리급 ㄱ 주식 담당자(이하 주담)는 남성 투자자에게 전화 한통을 받았다. 그는 전화가 연결되자마자 다짜고짜 욕설을 퍼 부었다. '당신 때문에 투자금을 모두 날렸다'란게 요점이었다. 5년간 주담으로 일했지만 아직도 이런 전화는 적응이 안된다. 월급봉투를 받고 주가가 오를때는 뿌듯함을 느끼지만 투자자들의 항의가 빗발칠때는 지금 당장이라도 일을 그만두고 싶다.
대내외 악재로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2013년 가을. 상장사의 주가를 관리하는 주담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이투데이가 지난달 26일부터 30일까지 일주일간 상장사 50명의 주담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들의 이들의 평균 업무 담당 기간은 4년~5년(20명)이었다. 직급으로 따지면 ‘대리’인 인셈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주담들의 연차가 비교적 짧다는 것이다. 1년~5년 미만이 총 30명으로 6년~10년 이상(16명)보다 0.5배 더 많았다. 차장급이 대거 포진해 있는 10년 이상 응답자는 4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평균 연봉 5000만원~6000만원(14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대기업 평균 연봉(5980만원, 8월 CEO스코어 조사결과)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아울러 4000만원~5000만원(12명), 3000만원~4000만원(10명), 6000만원~7000만원(2명)이 그 뒤를 이었다. 8000만원 이상(2명)을 받고 있다는 응답자도 있었다.
그러나 높은 연봉에도 불과하고 투자자들의 ‘돈’과 직관된 일을 하는 만큼 이에 따른 심적 부담감은 만만치 않았다. 실제 ‘주담을 하면서 가장 고충스러운 것이 무엇인가’란 질문에 22명의 응답자가 욕설과 폭력을 동반한 투자자 민원이라고 답했다. 2위(공시리스크, 12명), 3위(주주상담, 6명)을 합친 것보다 더 많다.
그만큼 스트레스도 극심했다. 스트레스 정도를 묻는 질문에 상·중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96%에 달했다. ‘하’ 단 2명밖에 없었다. 이들은 여느 직장인들과 마찬가지로 음주 및 회식(72%)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었다. 운동(14명), 대화(12명), 여행(10명), 취미활동(6명) 등으로 힐링한다는 응답자도 많았다.
그렇다면 주담들은 언제 가장 보람을 느낄까? 50%에 달하는 22명의 응답자가 '적절한 기업평가를 받았을때'라고 답했다. 이에 주담들은 투자자들에게 좀더 전문화 된 설명을 전달하고자 강도높은 업무 속에서도 회계·법령(36명) 공부를 병행했다.
한 상장사 주담은 “예전에 한 아주머니께서 남편 몰래 주식을 샀는데 주가가 떨어져서 이혼당하게 생겼다며 울며 전화를 한 적이 있었다”라며 “개인의 의사결정으로 투자한것인데 그런 원망을 받을 때면 정말 일을 그만두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경영진은 물론 투자자들도 의식 변화가 이뤄져야한다”며 “주담 역시 회사와 산업 전반에 대한 폭 넓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