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을 회기로 하는 9월 정기국회가 개회된 지 이틀이 지났지만, 여야가 의사일정의 윤곽도 잡지 못해 국회가 개점휴업 상태로 겉돌고 있다.
여야 원내수석부대표실에 따르면 그동안 몇 차례 물밑 접촉은 있었지만, 3일 현재까지 뚜렷한 진전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대로 가다간 회기를 연장해도 법안의 부실심사는 물론 상당수 법안이 장기 표류되고 내년도 예산안이 또 다시 해를 넘기는 졸속 국회가 재연될 것으로 우려된다.
새누리당은 경기회복을 위한 민생법안이 산적한 만큼 당장이라도 민주당과 접촉해 의사일정 협의에 나서겠다는 입장이지만,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을 명분으로 장외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민주당이 명분 없이 한 발 물러설지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민주당의 장외투쟁은 벌써 한 달째를 맞고 있다. 원내외 병행투쟁으로 돌아서긴 했지만 당내 강경파와 온건파가 나뉘어 설왕설래만 반복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꽉 막힌 국회를 정상화 하는 데까진 적잖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여야가 당장은 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처리를 위해 머리를 맞댔지만, 표결이 끝나면 다시 각자의 길을 걷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이 의원의 체포동의안 처리를 계기로 경색된 여야 관계가 다소 풀릴 수 있다는 희망 섞인 전망도 나오지만, 민주당은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과 이 의원 사건을 분리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에도 의사일정 협의를 차일피일 미뤄 온 민주당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가 이번에는 “의사일정 협의는 이석기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처리하고 난 뒤에 하겠다”고 말해 국회 공전사태가 길어질 조짐마저 보인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민주당 때문에 이미 늦어진 작년도 결산심사는 물론 법안심사, 내년도 예산안 심사 등 현안이 줄줄이 밀리고 있다”면서 “이는 제1야당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국회가 공전되면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 졸속 처리된 법안은 균형을 잃게 되고 벼락치기로 통과시킨 예산안은 엉뚱한 곳에 쓰이게 되는 게 인지상정이다.
강창희 국회의장은 전날 정기국회 개회사에서 “정기국회는 여야 흥정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여당은 국회 파행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국정이라는 것을 생각해야 하고, 야당도 정기 국회 파행으로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깊이 판단하기를 바란다”고 조속한 정상화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