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정부 6개월 증시성적표] 정부 입만 열면 들썩들썩… 테마주‘묻지마 투자’ 주의보

입력 2013-09-03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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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투사주·DMZ관련주 등 인맥·정책 따라 테마주 또 고개… 전문가들 “큰손 빠지면 남은 개미들만 쪽박” 경고

박근혜 대통령이 주가 조작 세력의 엄단을 선포하며 금융당국이 대대적 조사에 나서고 있지만 테마주는 좀처럼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현 정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인적 구성이나 정책에 대한 발언이 나올 때마다 테마주들은 어김없이 들썩이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재료 필요한 시장, 채우는 테마주?

테마주들의 문제는 대부분 개미들이 큰 손해를 본다는 것이다. 큰손들이 시가를 조정한 뒤 빠지면 쪽박은 개미투자자들이 차게 되는 구조다.

하지만 재료가 필요한 시장에서는 끊임없이 테마주들을 양산하며 투자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테마주들이 정점을 이루던 지난 대선 당시 금융감독원에서 분류한 테마주는 정치인 관련주 150여개를 비롯해 총 300여개 이상으로 알려졌다. 이는 국내 증시에 상장된 종목이 1900여개임을 감안하면 전체의 15%가 넘는 숫자다.

때문에 새 정부가 출범과 함께 주가 조작 세력을 엄단하겠다고 밝혔음에도 정책, 인맥을 따라 옮겨다니며 증시에 기생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경제민주화, 노인복지, SNS, 일자리 창출, 해저터널 등 단순 정책 기대감이 반영된 종목들이 정책 테마주로 엮이며 주가가 들썩였다. 그렇다고 이 종목들이 큰 연관이 있는 경우도 드물다. 단순히 대통령이나 정부 당국자가 정책 추진에 대한 이야기만 흘리면 다음날 어김없이 치솟는 식이기 때문에 누가 만드는지에 대한 근거도 명확하지 않다.

인맥 테마주 역시 마찬가지로 대표적 종목이 키스톤글로벌이다. 정 크리스토퍼영 회장과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가 처남매제 사이로 알려지면서 적자 기업임에도 당시 4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1주일 사이 83.93%나 급등했다.

또한 최문기 KAIST 교수가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에 내정됐다는 소식에 로보스타, 이디, 동부로봇, 유진로봇 등을 비롯해 서화정보통신, 영우통신 등 와이브로 에볼루션 관련주들도 큰 폭으로 들썩였다.

이 외에도 청와대 전 홍보수석인 이남기 SBS미디어홀딩스 사장이 내정되자 SBS 관련주들도 뛰었고 현 홍보수석인 이정현 당시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정무수석에 내정되자 역시 테마주가 생겨났다.

◇정책 내놓기만 하면 테마주 ‘수두룩’

인맥 관련주만이 아니다. 정부에서 새로운 정책이나 발언이 나올 때마다 정책 관련주들도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인수위를 운영하던 당시 박근혜 정부의 5대 국정목표를 밝힌 적이 있다. 이때 첫째는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라고 발표하며 이와 함께 인수위는 양질의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창출하기 위해 헬스케어 분야를 핵심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발표가 나오자 다음날 증시에서는 즉각 반응이 나타났다.

의료정보솔루션을 개발하는 인성정보, 인피니트헬스케어, 비트컴퓨터 등은 물론이고 바이오 진단장비 개발업체인 바이오니아, 바이오랜드, 바텍 등이 일제히 동반 상승했다.

스마트그리드 관련주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인 김종훈 내정자가 알카텔루슨트 벨연구소 재직 시절 스마트그리드 분야에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옴니시스템과 누리텔레콤, 피에스텍 등 관련주들이 등락을 거듭했다.

또한 산업통상자원부가 ‘창조경제 시대의 ICT 기반 에너지 수요관리 신시장 창출방안’을 발표하자 에너지저장장치(ESS) 관련주로 매수세가 몰렸다.

창투사주들도 빼놓을 수 없다. 박근혜 정부의 중기·벤처기업 육성정책 발표와 국민연금의 벤처캐피털 부문 출자계획 소식이 나오자 이들 역시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최근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DMZ에 평화공원 조성을 제안했다는 소식에 인근에 땅을 갖고 있는 기업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뛰는 ‘DMZ 테마주’까지 등장했다.

평화공원이 조성되면 기업 자산가치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한 것이다.

경기도 파주에 물류센터가 있는 가구 제조업체 코아스를 비롯해 파주에 공장 부지를 둔 삼륭물산도 테마에 묶이며 주가가 급등했다. 이화공영과 루보 등도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남북 간 합의에 이어 이산가족 상봉이 추진되면서 남북경협주도 분위기가 한껏 고조됐다. 금강산 관광사업 개발권자 현대아산의 최대주주인 현대상선은 8월 초 대비 40% 이상 급등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러시아 북방 철도 테마주와 신공항 테마주 등 정부가 입을 열 때마다 시장에서는 관련주 찾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최근 정부의 전·월세 대책에 약세를 보이던 건설주들이 일제히 상승세를 보인 것 역시 마찬가지다.

이처럼 수많은 테마주가 양산되며 손해를 보는 것은 결국 개미(개인투자자)들이다. 때문에 증시전문가들은 테마주 투자에 대한 경고를 그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지난 대선 당시 대선 테마주로 분류됐던 150개 종목의 시가총액은 선거가 끝난 직후 반토막 나면서 수많은 투자자들이 손해를 봤다. 실제로 전 정부인 이명박 정부의 핵심사업이던 4대강 테마주 역시 임기 말에는 주가가 80% 가까이 폭락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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